"尹과 한동훈 항상 같을 수 없다"…김경율 공천 비판한 용산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4년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현동 기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시발점으로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몰카 공작"이라고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지난 17일부터 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날 공개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규정한 이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비대위원이다. 김 비대위원은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혹은 두 분 다 같이 입장을 표명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원장 지명 전만 하더라도 "기본적인 내용은 몰카 공작으로, 민주당이 (기자들한테) 저한테 꼭 그런 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했던 한 위원장의 발언도 묘해졌다. 그는 김 비대위원장 발언 바로 이튿날인 18일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정당이고, 또 그럴 때 강해지고 유능해지는 정당"이란 말도 했다. 같은 날 열린 여당 비공개 의총에서는 “수도권 선거도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국정 철학을 공유한다”면서도 “두 사람의 생각이 완벽히 똑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이미 제2부속실 설치와 여야 추천 시 특별감찰관 임명 계획을 밝혔다”는 말도 했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이나 김 여사의 입장 표명 같은 추가 조치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오히려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자객공천 논란에 대한 문제를 짚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비대위원을 마포을이 지역구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맞상대라고 깜짝 발표했다. 당에선 ‘낙하산 공천’이란 반발이 나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당에서 전략공천이 필요하다면 특혜 논란을 원천 차단하며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지역 등을 선정해야 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총선에 나서는 참모들에게도 '공천에 특혜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시스템 공천에 대한 원칙론을 강조했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지만, 여당에선 “한 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5일 3박 5일간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 2층 실내행사장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선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 문제로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이런 상황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다. (대통령실과) 갈등이라고 할 만한 건 없다"고 말했다.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선 "그 이슈와 관련해 내 입장은 분명하고 확실하게 어제 말씀드렸다. 더 이상 다른 말씀 안 드리겠다"며 추가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 사이엔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명품백 의혹 등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핵심 참모들과 기자회견 개최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여권 관계자는 “기자회견에 대한 참모들 의견도 엇갈리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대통령실 관계자는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재작년에 재미교포 목사가 김 여사 선친과의 인연을 앞세워 영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미리 물품을 구입하고, 구입 과정을 사전에 녹화하는 등 치밀한 기획 아래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尹 청년 목소리, 제대로 빠르게 반영할 것”=윤 대통령은 이날 강원도 강릉에서 지역 청년들을 만나 “청년들이 마음껏 도전하고 그 도전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오늘의 생생한 의견들을 정책에 반영해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찰과 소방·사회복지 공무원 및 환경관리원 등 강릉에서 근무하는 현장 근무자 40여 명과 오찬을 함께했다. 메뉴는 강원도를 대표하는 순두부 정식이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군·경찰·소방관 또 일선에서 정말 헌신하는 여러분들이 아니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고 감사를 표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