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판' 사직 판사 "어차피 총선 전 선고 못했다" 해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담당하다가 사직서를 낸 재판장이 19일 이 재판 진행 도중 “(제가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물리적으로 총선 전에 판결이 선고되기는 어렵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여권을 중심으로 “담당 판사가 사표를 던짐으로써 이 대표의 재판 지연 전략에 충실히 복무했다”(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판이 나오자, 이례적으로 판사가 법정에서 신변과 관련한 변(辯)을 쏟아낸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재판장 강규태(53·사법연수원 30기) 부장판사는 이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 시작과 동시에 “법대에 설치된 마이크는 소송 지휘를 위한 것이고, 법관이 세상을 향해 마이크를 잡아서는 안 되지만 제 사직이 한 달 가량 남은 시점에 적어도 이 법정에 계신 분들께 객관적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잠시 마이크를 빌릴까 한다”고 입을 열었다. 강 부장 판사는 2월 법관 정기 인사에서 사직을 앞두고 있다. 여권에선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강 부장판사의 사표가 수리되면 해당 재판부 재판장은 변경되는데, 이럴 경우 공판 갱신 절차 등을 추가로 진행하느라 재판이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는 것 아니냐”(국민의힘 관계자)는 비판이 거셌다.
그러나 강 판사는 이날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꺼내 들며 “(내 사직 여부와 무관하게) 물리적으로 총선 전에 이 판결은 선고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그는 우선 “지난해 9월 이 대표의 국회 대정부 질문 참석과 단식 장기화로 공판 기일이 2번 변경된 것 외에는 격주로 증인 신문을 해왔고, 현재까지 증인 49명 중 33명에 대한 신문을 마쳤는데 약 3분의 1가량의 증인 신문 절차가 남아 있다”며 "“거기에 부동의 서증에 대한 조사, 검찰 구형, 최후변론 절차, 판결문 작성에 소요될 시간까지 고려하면 판결 선고 가능한 시점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재판 경과를 설명했다. 이어 “제가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2년간의 형사합의 재판 업무를 마치고 법관 사무 분담에 관한 예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업무가 변경될 예정이었고, 배석 판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사직과 별개로 다가오는 법원 인사로 어차피 재판부 구성은 변경 수순이었다는 취지다.
또 현재까지 심리가 늘어져 온 것에 대해서도 “우리 재판부는 경제범죄 사건을 전담하는데, 증인이 30명 안팎인 경제 사건이 8건 이상 계속 진행 중”이라며 “사건 배당이 중지되지 않은(사건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에서 불구속 사건인 이 대표 사건을 매주 진행할 여력이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의혹 재판이 1주에 2회 열리는 것과 달리,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해 2주에 한 번씩 열렸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주 1회 재판을 했더라면 총선 전에 1심 선고가 났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부장판사는 “제 사직이 공개된 마당에 오늘 이 재판을 이 재판부에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이 대표 측과 검사 의견도 물었다. 강 부장판사는 앞서 대학 동기 단체 SNS 대화방에서 ‘재판 지연’ 논란을 두고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양측이 신청한)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참 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흉기 피습 이후 17일 만인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당시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성남 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발언하고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로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 대표는 이날 성남시 전·현직 공무원들을 상대로 직접 증인신문에 나섰다. 이 대표가 성남시 전 도시주택과장 황모씨에게 “당시 한국식품연구원의 지방이전 결정에 따라 백현동 부지를 빨리 매각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압박이 있었냐”고 묻자 황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국토부가)공문을 여러 차례 똑같은 내용으로 기초 자치단체장에 보내는 건 상당한 압박이지 않냐”고 묻자 황씨는 “그 당시에 공문을 안 봤다. 똑같은 공문이 반복적으로 오면 부담을 느끼겠죠”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다른 증인인 이모씨에게도 “지방공무원 입장에서는 중앙정부에 협조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할 수 있지 않나”고 거듭 의견을 구하는 식으로 신문하자, 재판부로부터 “계속 이런 식이면 반대 신문권을 제지할까 싶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날 피습당한 상처 부위에 반창고를 붙였다. 법원 주위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이재명’을 연호했고, 이 대표에 대한 법원 경호는 강화됐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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