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폭발 일으켜 '방사능 쓰나미' 공격"…동해서 핵어뢰 실험
한·미·일이 북핵 억제를 위해 최근 한반도 수역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해상 훈련을 전개하자 북한이 ‘핵 어뢰 시험 카드’로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 국방성은 19일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국방과학원 수중 무기체계 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중 핵무기 체계 ‘해일-5-23’의 중요 시험을 동해 수역에서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방성은 “지난 1월 15일부터 3일간 미국 핵항공모함 칼빈슨호, 이지스순양함 프린스톤호와 일본해상자위대, 대한민국 해군함선들이 제주도 주변 해상에서 연합 해상 훈련을 감행한 데 대한 대응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번 한·미·일 연합 훈련이 지역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원인이며 자신들의 안전을 “심중히 위협하는 행위”라면서다.
북한이 “중요 시험”을 했다고 한 ‘해일’은 북한의 핵무인 수중 공격정으로, 일종의 핵 어뢰다. 핵폭탄을 탑재한 무인 공격정을 부산항이나 미 항공모함 등에 은밀하게 접근시킨 뒤 수중에서 터뜨려 ’방사능 쓰나미(해일)’로 항구·항모를 타격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북한은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승절 열병식에서 조선중앙TV는 해일을 “가증스러운 침략선을 모조리 수장해버릴 공화국 핵전투 무력의 초강력 절대 병기”라고 소개했다.
핵 어뢰는 잠수함보다 작으면서 수중에서 장시간 은밀히 이동해 목표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사전 탐지가 매우 까다롭다. 핵 어뢰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함께 위협적인 무기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수중 시험도 사전 포착이 어렵다고 한다.
2021년 1월 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국방 5개년 계획의 ‘핵심 5대 과업’에 ‘수중 발사 핵 전략무기 보유’가 포함돼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5대 중점목표 중 미진된 과업을 빠른 기간 안에 집행하는 것을 중심 과업”으로 제시했는데, 상반기 중 해일의 수중 시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군은 북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 대해 “북한의 최근 행태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한 도발행위로서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며, 만약 북한이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을 할 경우에는 '즉·강·끝' 원칙에 따라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은 북한의 담화 발표 시점에 주목한다. 한·미·일의 첫 정례적 해상 훈련 사실이 공개된 직후 북한이 해일 발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앞서 합참은 15~17일 한·미·일 훈련을 알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수중 위협에 대한 억제·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은 미 핵 추진 항공모함인 칼빈슨함을 비롯해 한·미·일 함선 9척이 투입 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한·미·일이 ‘북한의 수중 위협 억제’를 위한 훈련을 전개한 만큼 북한은 이에 맞서 고도화한 수중 위협 능력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스스로 이를 “맞대응”으로 규정하며 “우리 군대의 수중핵대응태세는 보다 완비되고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 해군의 군사적 적대행위들을 억제하기 위한 해상 및 해저에서의 각이한 대응행동은 마땅히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례적 훈련 개시에 맞서 추가 도발을 예고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북한 국방성이 한·미·일 훈련과 관련해 담화 첫머리에 미 핵 항모인 칼빈슨함을 콕 집어 거론했다는 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고 신경쓰는 대상이란 방증이 될 수 있다. 국방성은 이어 일본 해상자위대와 한국 해군을 순차적으로 거론했는데, 이는 자신들의 상대가 한국이 아니라 미·일이란 점을 의도적으로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탐지가 어렵다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 북한이 수중 시험을 진행하지 않고도 했다고 거짓 주장을 하거나 시험에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이번 담화에 대해 합동참모본부·군 관계자는 “한·미는 북한의 무기 개발 동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있었다”면서 “북한의 관련 발표에 대해 진위 여부를 포함해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이 아닐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라는 취지다.
실제 북한 국방성은 이번 시험이 언제, 어디서 진행됐다는 건지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3~4월 세 차례 해일과 해일-1, 해일-2 수중 시험을 했을 때 잠항 시간(59시간~71시간)과 잠항 거리(600㎞~1000㎞)등을 상세히 공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이나 영상도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군의 탐지력을 가늠하기 위한 기만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일-1과 2까지만 공개해놓고 갑자기 해일-5-23가 튀어나온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양한 추측을 낳아 혼란을 유발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국방부는 군 입장을 밝히며 “북한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방어를 위해 시행된 한·미·일 해상훈련을 빌미로 지역정세 불안정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면서 소위 수중핵무기체계를 시험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는데, ‘주장’이라고 전제한 것은 역시 이런 기만술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별개로 해일의 실제 전력화 여부에 대해선 국내 전문가들은 “갈길이 멀다”는 평이 우세하다. 일단 북한이 모방하고 있는 러시아의 포세이돈도 2015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실전 배치된 게 2019년 무렵이었다. 미 언론이 ‘지구 종말의 무기(doomsday weapon)’라고 지적한 포세이돈은 해저에서 터지면 500m의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켜 100Mt급 폭발력으로 적의 해군 기지를 쓸어버리는 가공할 무기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핵 탄두의 소형화 기술과 원격 제어 기술 등을 갖춰야 하는데, 북한의 현재 기술 수준이 거기까지 도달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향후 수중 도발 수단으로 핵 어뢰 해일과 SLBM의 ‘투 트랙 개발’로 간다는 선언적 의미는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북한은 한·미·일의 압박에도 ‘마이웨이’로 핵 어뢰 개발을 하겠단 의지를 보인 것”이라면서 “시기적으로 실제 성능 시험보다 대응 능력을 과시하는 심리전 내지는 선전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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