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안고 태어난 아이 살해한 비정한 친부모·외조모

법원,친부 6년, 친모 4년 등 선고
"장애인 양육 가혹한 현실 참작"
친모는 법정에서 "억울하다" 오열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출산한 뒤 방치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부모와 외조모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등은 19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가 이날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친부 A씨에게 징역 6년, 외조모 B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친모 C씨에게도 징역 4년이 선고됐으나,건강상의 이유로 법정 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임신 34주에 조기 출산한 이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아기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생명을 경시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다만 "장애아에 대한 양육 부담이 가족에게 주어진 우리 사회의 가혹한 현실에서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경우 그 부담을 감내하기 쉽지 않다"며 "장애인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부담으로 개인에 불과한 피고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측면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지난 2015년 3월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남자아이를 출산 당일 집으로 데려가 하루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이튿날 아이가 숨진 것을 확인한 뒤 인근 야산에 시신을 매장해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수사당국은 A씨 등이 출산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가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자,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파악했다.

친모 B씨는 임신 34주 차 때 의료진으로부터 "다운증후군이 의심된다"며 양수 검사를 권유받았으나 이를 거부했고, 분만 예정일보다 이르게 제왕절개 수술에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아내의 출산 직후 "다른 병원의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권유를 거부하고 신생아를 장모 B씨에게 인계했고, B씨는 집중 치료가 필요한 영아를 A씨 집 안방 침대 위에 방치해 숨지게 한 것으로 수사당국은 파악했다.

이들은 낙태 수술을 받았으나 아이가 살아서 태어나 외조모 B씨에게 인계했고, 이후 아이가 자연사한 것이라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한 결과, 피해자를 태중에서 살해할 목적으로 낙태하려 했단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지급한 병원비와 수술 이후 정황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사실이 인정되고, 이후 아기가 병원의 조치를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이 예상됨에도 적절한 보호 조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사망하게 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판결이 선고되자, 친모 C씨는 오열하며 "너무 억울하다. 죽고 싶다"고 외쳤다.

한편 이 사건은 정부가 출생신고 없이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있는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매장된 아기의 시신을 찾기 위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