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ETF 승인나면 오른다더니…일주일새 16% 빠진 비트코인, 왜
암호화폐 대장격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19일 한때 4만1000달러 선 아래까지 밀리며 한 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모양새다.
이날 가상자산 정보 제공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5시 35분 기준, 4만676.8 달러(약 5442만원)까지 내려갔다. 이는 지난 한 달간 최저 수준으로, 지난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직후의 가격(4만8625.98달러)과 비교하면 16.3%나 떨어진 가격이다. 지난해 9월까지 2만5000~2만7000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비트코인은 현물 ETF가 승인될 거라는 기대가 부풀며 지난달 4만 달러를 넘어섰다.
JP모건 “GBTC서 15억 달러 추가유출 가능성”
이런 흐름은 현물 ETF 승인 후 기존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비트코인을 잇따라 '팔자'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큐브 익스체인지의 바르토슈 리핀스키 최고경영자(CEO)는 “ETF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다소 사그라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른 곳으로 집중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금 유출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곳은 미국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GBTC 상품이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물 ETF 승인 이후 GBTC에선 16억 달러(약 2조1386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그레이스케일은 2013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신탁 펀드를 운용해왔다. 그동안 이 펀드는 미국 증권법에 따라 6개월 의무보유 기간을 거쳐 장외 거래소에서만 환매가 가능했다. 해당 펀드가 ETF로 전환되자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부추겼다는 의미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GBTC 투자자는 ETF 전환 이후 해당 펀드의 순자산가치대비 할인율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ETF 전환 이후 재료가 소멸했다고 판단해 매도에 나선 것”이라며 “기존 신탁펀드와 달리 ETF의 특성상 매도가 용이하단 점도 차익실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GBTC발 자금 유출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P모건은 “GBTC에서 차익 실현을 위해 추가로 15억 달러가 비트코인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으며, 이것이 향후 몇 주간 비트코인 가격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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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시작"…4월 반감기 반등 가능성도
ETF 승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실망 매물'이 나온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가상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즈에 따르면 SEC가 승인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엔 첫 3거래일 동안 8억7100만달러(약 11조657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프로셰어즈가 2021년 10월 출시한 비트코인 선물 ETF의 첫 2거래일 동안의 실적(1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이다. 금융서비스 회사 마렉스 솔루션의 일란 솔롯 가상자산 책임자는 “(ETF 출시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의 최근 가격 변화는 많은 기대를 받던 현물 ETF가 실망스러운 시작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다만 시장에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오는 4월 비트코인 채굴 보상 반감기가 예정된 만큼 비트코인 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라운드힐은 비트코인 선물 커버드콜(주식과 옵션 동시 거래) ETF를 출시했고, 프로셰어즈는 비트코인 현물 레버리지·인버스 ETF 상장을 신청한 상태다. 유진투자증권 김세희 연구원은 “즉각적인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과거 반감기마다 가격이 상승해온 점과 다양한 현물 ETF 출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가상자산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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