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칸트는 '사이코패스'였다…성선설 인간 94%만 유효, 왜 [BOOK]
도덕의 일반이론 상·하
황태연 지음
한국문화사
『도덕의 일반이론』(상·하)이라는 책 제목이 주는 중압감이 상당하다. 그동안 일반이론이라는 이름값을 한 책은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정도다. 그런데 언뜻 생각해도 경제보다 도덕의 일반이론 정립이 더 어려워 보인다. 인류는 인간 본성을 두고 오랜 시간 성선설, 성악설, 때로는 백지설로 설왕설래했다. 동서양의 도덕 논의가 한데 어우러진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덕의 일반이론』이 ‘일반이론’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이것이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다.
그 근거는 이렇다. 첫째, 이 책은 동서고금의 도덕론을 망라한다. 그것도 단순 배열에 그치지 않고 공맹철학의 서천(西遷)이 서양에 미친 변화상을 시작으로 동서고금의 도덕적 논의들이 엉킨 실타래 풀리듯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둘째, 부제 ‘도덕철학에서 도덕과학으로’에 걸맞게 이 책은 이성과 합리성을 기반으로 도덕성을 연역·도출하는 형이상학적 도덕철학에 엄정한 비판을 가한다. 도덕과학은 베이컨과 흄을 통해 개념화되고, 공자의 공감적 해석학과 조우한다. 그리고 주술과 신학에 기댄 스콜라적 도덕철학과 합리론적 도덕철학의 한계를 갈파한다.
셋째, 이 책은 놀랍게도 도덕이론에 사이코패스 개념을 도입하여 성선설, 성악설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인간 본성에 기초한 성선설은 96% 유효하고, 성악설은 인구의 4%에 달하는 사이코패스 비중만큼만 유효하다. 여러 심리학자ㆍ뇌과학자ㆍ철학자가 칸트가 이상화한 합리주의적 도덕주체가 실은 사이코패스적 인물형이라는 것을 발견한 바 있다. 이 책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칸트 저작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칸트가 ‘동정심’ㆍ‘정의감’ㆍ‘양심’ 등을 비롯한 도덕감정을 ‘언어’로는 알지만 감각으로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였음을 밝힌다.
이 책은 인간의 도덕적 진화와 더불어 도덕철학의 진화를 다룬 거대한 도덕철학사이다. 읽는 내내 도덕의 일반이론이 정립될 수 있겠다는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이 느낌을 공유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영재 한양대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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