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칸 영화제' 진출…'뽕' '피막' 이두용 감독 별세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 진출한 원로 영화인 이두용 감독이 폐암 투병 중 19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이 감독은 액션‧사극‧멜로 등을 넘나들며 ‘장르의 개척자’로 불렸다. 영화 ‘피막’(1980)으로 81년 베네치아국제영화제 특별감독상을 받고,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로 84년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첫 진출하는 등 한국영화 세계화의 포문을 열었다.
태권도 액션·무속·'뽕'…장르 개척자
이후 ‘초분’(1977) ‘물도리동’(1979) ‘내시’(1986) ‘업’(1988) 등 토속물로 장르를 확장했다. 1980년대를 풍미한 에로영화 ‘뽕’ 시리즈도 그가 연출했다. 영화잡지 ‘키노’(1999년 9월호)와 인터뷰에서 이 시기를 “검열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극의 틀과 조우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고발 영화, 검열에 40% 잘린채 개봉
이 감독은 무속신앙, 궁중 암투, 에로 등의 소재로 당대 군사정권의 눈을 피하며 사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국제무대에 그를 알린 ‘피막’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모두 수절 강요, 씨받이 제도 등 봉건적 가부장제에 대한 서슬퍼런 한(恨)을 담은 작품들. 한국전쟁을 정면으로 고발한 ‘최후의 증인’(1979)은 검열로 초판 편집본의 40%가량이 잘려나간 뒤 개봉하기도 했다.
이밖에 중광 스님이 주연한 ‘청송으로 가는 길’(1990)을 연출했고 2003년 나운규의 ‘아리랑’을 리메이크했다. 2011년 이장호‧박철수‧정지영 감독과 함께 옴니버스 영화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도 내놨다.
한국적인 장르 미학을 선보인 그에 대해 박찬욱‧류승완‧오승욱 등 후배감독들도 존경을 표한 바 있다. 2005년 프랑스 부줄 영화제에서 ‘이두용 감독 특별전’이 열려 예술공로상을 받고,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회고전을 여는 등 국내외에서 꾸준히 작품세계가 조명돼왔다. 2020년까지 충북 충주무예액션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인은 오는 21일 오후 1시 30분이며 장지는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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