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美 공장 건설 또 지연…“보조금 집행‧숙련 인력 부족”

심서현 2024. 1. 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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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TSMC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TSMC가 53조원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가동 1년 이상 늦어진다. 올해 가동하기로 했던 1기 공장 가동 일정이 지연된 데 이어 2기 공장도 지연됐다.

최첨단 공정이 적용되는 라인은 2028년에나 가동할 수 있다.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오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상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반면 빠른 보조금 지급·저임금 인력을 내세운 일본의 TSMC 공장 건설은 순항하고 있다.


TSMC 최신 칩 미국 현지 생산, 2년 지연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마크 리우 TSMC 회장 등 경영진이 미국 애리조나의 TSMC 2기 공장이 2027년 말이나 2028년에 가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올해 가동한다던 1기 공장은 2025년으로 지연됐다. 지난해 TSMC는 총 400억 달러(약 53조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2개의 공장을 짓고 4~5㎚(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칩을 2024년부터, 3㎚ 칩을 2026년부터 생산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우 회장은 “해외 (가동 시기) 결정은 고객의 요구 및 정부 보조금 지원 수준을 기반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담겼다. 미국 정부는 국내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에 530억 달러(약 72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2022년 반도체법 시행), TSMC는 미국 내 생산기지 건설의 애로사항을 반복해서 토로해 왔다.

이날 블룸버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법에 서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TSMC나 인텔 같은 주요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현지시간) 마크 리우(오른쪽) TSMC 회장이 실적발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美 보조금 집행도, 숙련 인력 확보 삐걱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시설 구축·가동에 필요한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날 “애리조나 노동조합과 소통을 계속하고 있다”며 미국의 보조금 집행 지연 외에 고용 문제도 언급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리우 회장은 “반도체 설비 장비 설치에 필요한 전문인력의 미국 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고 이후 대만에서 인력을 데려오려고 했다가 미국 내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

일부 외신은 ‘TSMC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아내기 위해 미국 정부와 밀고 당기기를 한다’고 분석하지만, 미국의 비싼 인건비와 상대적으로 미숙련된 인력이 실질적 장벽 아니냐는 지적은 여전하다. 예컨대 애리조나 두 공장의 가동을 위해서는 현지 인력 4500명이 필요하다.


임금 낮은 일본은 TSMC 공장 건설 착착


미국과 달리 일본의 TSMC 공장 가동은 순항이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 현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은 다음 달 24일 개소식을 갖는다. 일본 정부는 이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4760억엔(약 4조3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TSMC는 일본 내 두 번째 공장을 구마모토에 짓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공장 건설을 위해 9000억엔(약 8조1000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TSMC가 일본 구마모토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공업단지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연합뉴스

인력 확보도 순탄하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TSMC의 관대한 임금이 일본의 오랜 저임금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TSMC가 구마모토 반도체 공장 직원을 모집하며 제시한 임금이 일본 기업 평균보다 40% 높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대졸 초임 평균 연봉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총리가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애플·엔비디아 최신 칩 생산 계획 차질


지난 2022년 12월 미국 애리조나의 TSMC 1기 공장을 방문한 팀 쿡 애플 CEO(왼쪽)과 피터 본필드 TSMC 사외이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내에서 애플과 엔비디아 등의 최신 칩을 생산한다는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애플·엔비디아 등의 최신 반도체 칩 생산을 도맡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TSMC 매출은 전년 대비 4.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14.6% 감소(잠정 집계치) 감소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애플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고, 특히 3나노 칩 매출이 하반기 효자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지난 2022년 말 열린 애리조나 TSMC 공장 장비 반입식에 참석해 “여기서 생산될 TSMC 칩을 애플 제품에 쓰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공사 진행 속도라면 ‘미국산 3나노 칩’ 생산 계획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2년이면 반도체 기술이 한 세대 정도 발전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은 또다시 타격을 입었다”라고 평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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