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사라지고 금리도 낮아…청약통장 깬 '청포족' 1년새 77만명

김원 2024. 1.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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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은행에 주택청약 종합저축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여겨진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청포족’(청약을 포기한 사람)이 늘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61만3522명으로 1년 전인 2022년 12월 말 2638만1295명보다 76만7773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줄었다. 이 기간 감소한 청약통장 가입자는 141만8389명에 달한다.

이런 ‘청포족’이 늘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치솟는 분양가로 시세차익 기대감이 줄어든 게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아파트의 3.3㎡(평)당 분양가는 3495만원으로 1년 전보다 17.4% 올랐다. 선호도가 높은 전용면적 84㎡(구 34평)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분양가가 11억원을 넘는 수준이다.

신축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 이하로 책정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당시만 해도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청약 당첨이 일종의 ‘로또(복권)’ 당첨으로 여겨진 이유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월 1·3대책을 통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을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해제했고, 원자잿값 상승, 고금리 등이 원가에 반영되면서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를 뛰어넘는 사례도 늘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청약 참여를 주저하거나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약통장 금리가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낮은 것도 ‘청포족’이 늘어난 이유다. 정부는 청약통장 가입자 이탈이 이어지자 2022년 11월 금리를 연 1.8%에서 2.1%로 인상했고, 지난해 8월 다시 2.8%로 인상했다. 그러나 최근 주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연 4%대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비 인상, 미분양 등으로 분양 자체가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신규 주택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청약통장 가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청약에 참여해 당첨됐지만, 아예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지난해 10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전용 59㎡가 9억원대, 84㎡ 11억원대에 분양한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는 1순위 청약 당시 100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 포기가 잇따르며 이달 초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계약을 포기한 김모씨는 “분양가 자체가 비싸고, 중도금 이자, 발코니 확장비, 옵션비 등까지 부담할 것을 생각하니 계약을 진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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