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임종성 불출마…민주당 '86세대 물갈이' 물꼬 트였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민기(3선·경기 용인을)·임종성(재선·경기 광주을) 의원이 19일 4·10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의 ‘15% 감점’ 등의 장치로 현역 물갈이에 나선 상황에서, 민주당에서도 ‘86세대 물갈이’의 물꼬가 트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선 의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희생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다”며 “이제 기득권을 내려놓고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정치인으로서 잠시 쉼표를 찍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며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용인시의원 출신으로 2012년부터 19·20·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 의원은 당 사무총장과 국회 정보위원장·국토교통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의 혜택을 많이 받았던 분들일수록 당이 어려울 때 책임과 희생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의원은 "다른 다선 의원도 불출마 선언을 이어가야 하느냐"는 물음엔 “제가 드릴 말씀은 아니다. 다른 의원님들이 생각하신 대로 행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고려대 84학번인 김 의원은 ‘86 퇴진론’에 대한 물음엔 말을 아꼈으나, 당 안팎에선 “김 의원의 불출마로 ‘86 교체’의 물꼬가 트였다”(당직자)는 평가가 나온다.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당에서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던 김 의원이 스스로 물러난 만큼, 다른 86세대 중진들도 거취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엔 재선 임종성 민주당 의원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1965년생인 임 의원은 최근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건설사 법인카드 사용 의혹 등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임 의원은 “억울한 부분도 있고 사실과 다른 부분도 많지만, 지금 한 걸음 물러나는 것이 부족한 저를 품어준 당과 당원 동지, 광주시민에 대한 도리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임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때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7인회’ 구성원이었다.
두 의원의 불출마로 민주당 내 불출마 의원은 9명으로 늘었다. 이전까지는 박병석 전 국회의장과 김진표 국회의장, 4선 우상호 의원을 제외하면, 초선 의원(강민정·오영환·이탄희·홍성국)만 불출마 선언을 했다. 하지만 이날 3선·재선 의원이 추가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내에선 “이제야 본격적인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당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 현역 의원 평가 결과가 개별 통보되면, 불출마 선언이 추가로 이어질 거란 전망이 많다. 경선 과정에서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은 자신이 얻은 경선 득표의 20~30%를 감산 받기 때문이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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