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GK 김승규 십자인대 파열→낙마...클린스만호 우승 도전 '초비상'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클린스만호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수 년 동안 활약한 김승규가 대회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더 이상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9일 "김승규가 전날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이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소집해제를 결정했다. 김승규는 소집해제 후 조귀 귀국할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김승규는 울산 현대(현 울산HD)를 통해 프로에 데뷔해 K리그에서 경험을 쌓다 J리그 빗셀 고베에서 해외 무대를 밟았다. 잠시 울산으로 돌아온 김승규는 2020년 가시와 레이솔로 돌아가 뛰다 2022시즌 도중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샤바브로 이적했다. 그동안 10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된 김승규는 어느덧 베테랑 골키퍼가 됐다.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소집됐다. U-17 대표팀을 시작으로 U-20 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거쳐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에 합류해 국가대표팀에 데뷔했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벨기에전에 골키퍼 장갑을 끼고 출전, 패배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는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고,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조현우에게 NO.1 자리를 내주며 아쉬움을 삼켰다.
김승규의 국가대표팀 커리어가 반전을 이룬 건 파울루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후였다.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공격을 조립하는 스타일을 선호했던 벤투 감독은 골키퍼들에게도 빌드업을 요구했고, 이에 기본적인 선방 능력은 물론 다른 후보들에 비해 발기술이 좋다는 평가를 받던 김승규에게 기회가 왔다.
김승규는 조현우와 경쟁 끝에 벤투호 주전 골키퍼 자리를 차지했다. 벤투 감독의 신임을 받은 김승규는 A매치가 열릴 때마다 꾸준히 대표팀 골문을 지켰고,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전경기 선발 출전해 한국의 16강 진출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
벤투 감독 이후 새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도 김승규를 신뢰했다.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조현우가 선발 출전했으나, 우루과이전과 베트남전을 제외하면 클린스만 감독은 줄곧 김승규의 이름을 선발 명단에 적었다. 김승규는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을 앞두고 발표된 최종 엔트리에도 당연히 포함됐고,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대회 개막 일주일 만에 김승규가 부상을 당해 더 이상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악재다. 김승규는 당장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도 선발로 출전해 한국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바레인전에서 김승규는 패스 성공률 88%, 다이빙 세이브 2회, 펀칭 1회 등을 기록하며 한국의 추가 실점을 막았다. 상대와 충돌하는 장면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부상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었으나, 자체 훈련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며 대회 도중 낙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클린스만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역대 최강의 라인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번 아시안컵 대표팀은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를 안고 결전지 카타르로 향했다.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1차전을 승리로 마무리하며 좋은 분위기로 시작했던 대회에서 김승규의 부상 낙마라는 변수가 발생해 조별리그 2차전부터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회가 시작된 만큼 추가 발탁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가오는 요르단과의 조별리그 2차전부터 조현우 혹은 송범근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
김승규를 대신해 출전할 유력한 선수는 조현우다. 대구FC를 거쳐 울산HD에서 뛰고 있는 조현우는 2017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7시즌 연속 K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된 자타공인 K리그 최고의 골키퍼다. 동물적인 반사신경에서 나오는 뛰어난 선방 능력에 나이를 먹으며 경험까지 더해졌다.
국가대표팀 경력도 풍부하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당시 조현우가 펼친 선방쇼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그 임팩트가 강했고, 이 외에도 조현우는 다수의 메이저 대회 참가 경험을 비롯해 A매치 경험이 많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이후 지난해 3월 우루과이전에서 8개월 만에 선발 출전했고, 10월 베트남을 상대로도 선발로 나섰다. 벤투 감독 체제부터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고 클린스만 감독 아래에서도 김승규에게 밀리는 모양새이기는 했으나 조현우는 NO.2 골키퍼 자리를 굳게 지켰다. 경험과 실력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조현우를 선택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송범근이라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전북 현대를 거쳐 현재 J리그 쇼난 벨마레에서 활약하고 있는 송범근은 연령별 대표팀을 거쳐 벤투 감독 시절 국가대표팀에 처음으로 차출됐다. 다만 김승규와 조현우라는 막강한 경쟁자이자 선배가 있었기 때문에 송범근에게는 기회가 오지 않았다. 송범근이 처음으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은 건 2022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었다.
송범근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도 대표팀 일원으로 참가했고,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도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후보인 조현우에 비해 경험 면에서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미 수비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김승규의 부상으로 고민만 커졌다.
변화가 유력한 포지션은 왼쪽 풀백이다. 바레인전에서 가장 흔들렸던 선수인 이기제가 맡은 포지션이다. 이기제는 후반전 초반 바레인에 동점골을 허용할 당시 패스 미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기제를 신뢰한다며 감쌌지만, 이기제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기제가 빠진 뒤 한국의 공격과 수비가 모두 좋아지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실점 이후 이기제를 불러들이고 김태환을 투입했다. 김태환은 오른쪽 풀백으로 배치됐고, 설영우가 왼쪽으로 이동했다. 김태환이 들어오자 공격 상황에서 이강인이 영향력을 더 발휘할 수 있었다. 불안했던 왼쪽 수비도 밸런스 좋은 설영우의 이동으로 안정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2차전에서 설영우와 김태환을 선발로 투입하는 옵션을 보유했다. 두 선수는 이미 1차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2차전에서도 어느 정도 준수한 경기력을 보장할 수 있다.
풀백 외에도 변화를 줄 만한 포지션은 더 있다. 바로 센터백, 정확히는 김민재의 파트너 자리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정승현을 김민재의 파트너로 기용했고, 본 무대인 아시안컵 첫 경기에서도 김민재와 정승현을 선발로 꺼냈다. 다만 정승현의 1차전 활약이 만족스러웠는지 묻는다면 100% 그렇다고 답하기는 힘들다.
동점골 실점 장면을 돌아보면 알리 마단이 박스 앞에서 문전으로 공을 띄워 보낼 때 정승현의 위치가 애매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때 정승현은 몸을 돌리기 힘든 상황이었던 탓에 공을 잡은 선수의 패스길과 슈팅 코스를 막을 수 있는 위치로 이동했다. 그러나 오히려 상대의 패스는 정승현 맞고 굴절돼 압둘라 알 하샤시에게 향했고, 한국은 실점을 내줬다.
기록으로 봐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이날 정승현은 차단 4회, 클리어링 4회, 리커버리 4회 등을 기록했으나 경합에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두 번의 지상 경합 중 한 번 승리했으나 열 번의 공중볼 경합에서는 두 번을 제외하고 모두 상대에게 밀렸다.
정승현을 뺀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김영권을 기용할 수 있다. 김영권이 투입되면 자연스럽게 김민재가 우측으로 이동한다. 김영권과 김민재는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서 꾸준히 발을 맞췄고,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한국을 대표했다. 클린스만 감독 아래에서 김영권이 자주 출전하지는 않았지만, 김민재와의 호흡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김영권 외에도 김주성과 김지수라는 옵션이 있으나, 두 선수가 국가대표팀 경험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요르단전과 같은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기용될 확률은 낮다.
요르단전은 바레인전만큼 중요한 경기다.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조 1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약간이지만 불리한 쪽은 한국이다. 한국과 요르단의 승점은 같지만 득실차에서 앞선 요르단이 조 1위, 한국은 2위에 위치해 있다. 만약 한국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열린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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