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애 원장의 미용 에세이] 김준곤 목사님의 눈물 (4)
김준곤 목사님은 간결하게 물으셨다. 국애가 이 일에 십자가를 질 수 있겠느냐? 이 결심은 곧 순교의 정신이 아니면 부탁한 김준곤 목사가 우리 국애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나는 “이 사건이 확실히 복음 전파를 위한 것이면 목사님의 뜻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목사님은 이내 내 손을 꼭 잡으시며 “국애는 지금 순교를 결정했다”고 눈물을 흘리시며 주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목사님은 또 말씀하셨다. 오늘 밤 미국으로 소식을 전할 것이며 검찰 조사를 받으면 개인적인 연락이나 전화를 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증언하라고 하셨다. “김국애 이름으로 물건이 의약품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는 것만으로 밀수업자가 되어 구속될 수 있다. 그러나 기도하겠다. 반드시 이른 시일 안에 국애를 석방시킨다”고 약속하셨다. 아마 이 문제로 미국에서 대학생선교회(CCC) 대표가 들어올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날 서울 미아리에서 내려 집까지 갔는데 어떻게 찾아갔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나 외롭고 고독했다. 목사님은 그 많은 CCC 사역자가 있음에도 나를 꼭 찍어 순교자가 되라는 부탁을 했다. 솔직히 야속했다.
제일 큰 걱정은 그런 거다. ‘국제 기능올림픽 국가 대표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던 내가, 그것도 어린 내가 밀수업자가 된다? 얼마나 아이러니 한 일인가. 내 호적에 붉은 줄이 그어질 테고 내 부모님은 영원히 하나님을 믿지 않으실 것이다. 만일 내가 죄 짐을 지고 구속이 된다면 하나님이 내 인생을 망치도록 하시는 걸까? 나를 달아보시며 테스트하시는 것일까? 나는 전과자가 될 것이니 내 생애는 교회 밖의 삶을 꿈꿀 수 없으리라. 어떤 물리적인 순교라면 명분이라도 있을 텐데.’ 그 누구에게 의논할 시간조차 없었다.
CCC 안에 나를 아끼는 언니도 있었고 의논할 오빠들도 있었는데 목사님은 염려가 됐는지, 그 누구와도 이 문제를 의논하지 말라고 하셨다. 목사님은 이미 금식 중이셨다. 나는 가뜩이나 위장병까지 있어 흰죽만 먹고 있었기에 팔다리에 힘이 없었다.
목사님 사모님은 내가 일하는 미용실에 헤어제품과 화장품 30박스씩 쌓아놓았다. 선교단체 물건인데 반값으로 드린다고 하니 생전 처음 접하는 샴푸와 화장품을 한 보따리씩 사가시는 고객들을 보니 놀라웠다.
미용실 원장님은 내게 “너 하루가 멀다 하고 경찰들이 밀수업자 잡으러 다디며 미용실마다 조사가 나오는데 너 무슨 일이니”라고 물었다. 나는 “언니 나도 잘 몰라요. 미국에서 가난한 한국 농촌 의료선교하라고 내 이름으로 어마어마한 제품을 보내왔대요. CCC라는 단체를 통해서요”라고 말했다.
참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었다. 날마다 물건을 싣고 오시는 사모님께는 아예 남대문 시장 미제물건 파는 분들의 연락처 여러 곳을 알려 드릴 수 있었다. 참 놀라운 일이었다, 날마다 북적대는 고객들은 마치 내가 오픈한 미용실처럼 동료들은 협조해서 팔아주었고 목사님 사모님은 저녁이면 매몰차게 수금을 해가시면서 동료들 다과값 정도만 남기고 가시곤 했다.
사모님은 벌써 김국애가 CCC 대표로 십자가를 지고 구속되기로 약속했다는 듯이 “상급은 하늘나라에서 받을 걸세” 라며 오히려 당당해서 어린 나는 오히려 머리가 멍해지기도 했다. 기도하는 분들은 정말 겁이 없는 것일까, 염치가 없는 것일까, “사모님 저 정말 괴롭습니다. 사모님은 저를 위해 기도하시는 분 같지가 않습니다. 저는 계속 미음만 마시고 출근합니다. 목사님처럼 금식하시며 기도해주세요“ 라며 그분에게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목사님 사모님은 상상을 초월하는 심장을 가지신 것 같았다.
그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 양이었는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다. 하루에 수도 없이 나를 불러대던 원장님 “이 모든 책임은 너에게 있는 것 알고 있지? 참 신기하긴 하네. 어찌 경찰이 입구까지만 왔다 돌아가는지, 너 혹시 경찰들에게 봉투 돌리기라도 했니?” “아뇨 언니, 제가 무슨 돈이 있어요. 저녁에 사모님이 다 수금해 가는데요.” “얘 그분들 참 이상 하네” “매일 다과 값 주셨어요” “너는 참 순진하기도 하고 당돌하기도 하다.”
나는 지금도 가끔 목사님 생각을 한다. 그때 내게 얼마나 미안하고 또 고마우셨을까? “국애 딸은 꼭 내가 중매할게.” “아뇨 목사님 안돼요. 제 딸은 명석해요. 저처럼 무모하지 않아요. 목사님이 제게 부탁했다는 그런 말씀하심 큰일 납니다. 믿음은 좋지만 그런 부탁은 목사님이 하시면 안 된다고 절대 안 듣습니다. 혼나십니다. 목사님을 범죄자로 몰아세우실 수도 있거든요. 죄송합니다.”
목사님은 허허 웃으시며 “그래 고마웠어. 국애는 내 믿음의 동지였지. 그 아름다운 결심을 하나님이 받으시고 정말 미국의 기업들이 박애 정신으로 열악한 농촌계몽을 위한 의료 선교 기금으로 인정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김준곤 목사님이 떠나신 후 1급 비밀이었던 드라마의 줄거리를 존경하던 홍정길 목사님께 말씀드렸다, 아니 세상에 그런 일이 다 있었니? 왜 내게 얘기 안 했느냐? 라고 하셨다. 잠시 악몽에서 시달림을 받은 뒤 꿈에서 깨어나듯 두려움은 내게 담력만 남겨주고 떠나갔지만 나는 거의 3킬로나 몸무게가 줄었다. 위궤양으로 심한 고생을 했다. 내 입에서는 하나님의 천사들을 보내셔서 지켜주시라고 수백 번 주님을 불렀다. 꿈속에서도.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야 33장 3절)
돌아보니 모든 것이 기적이었고 은혜였다. 축복의 통로였다. 빌 브라이트 박사님의 헌신과 목사님의 목멘 기도를 주님은 기뻐 받으셨다. 내 결혼식 날 김준곤 목사님의 감격 기도는 예수님이 잠시 지상에 내려오셔서 내 결혼식을 축하해 주시는 것 같았다. 얼마 전에 54년 전 우리 결혼식에 김준곤 목사님의 기도는 꼭 당신이 해주시겠다고 전 총회 신학 총장이시던 새한교회 담임 목사님이신 김의환 목사님께 부탁하셨다는 것이다.
그날의 애절한 기도문이 들어있는 REAL TAPE를 54년 만에 어렵게 재생했다. 그리운 목사님의 절절한 축복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오순절 성령 운동은 캠퍼스마다 누룩처럼 번져 나갔다.
이 나라의 안보를 든든히 지키신 애국자 나의 멘토이신 김준곤 목사님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자.”라는 외침이 온 누리 나뭇가지마다 걸리게 하신 종 여의도에서 낙도 섬에서 학원에서 하나님께 절규하며 부르짖던 눈물은 이 강토에 스며들었습니다.
어두운 이념의 불순물을 걸러내게 하신 목사님, 지금도 여전히 이 아름다운 나라에 공산주의자들이 곳곳에 마치 칡뿌리처럼 엉겅퀴처럼 깊이 뿌리 내린 현 실정이랍니다. 이 나라를 염려하는 애국자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려 새벽을 깨우며 눈물로 부르짖는 애국자들에게 성령 충만을 입혀 주소서!! 주님 곁에 가면 목사님을 뵐 텐데 그때 부끄럽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하고 우리 후손들의 안녕을 위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기도하며 힘을 보태겠습니다.
목사님 주님 곁에서 더욱 간절하게 호소하소서!! 더욱 강렬한 성령 운동이 대한민국에 임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주님 곁으로 이사하시기 전까지 자유 민주주의를 지탱하시느라 눈물과 피땀 흘려주셨던 큰 은혜를 가슴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든든히 지켜주셨던 그 헌신과 은혜 거듭거듭 감사합니다.
목사님 그립습니다. 기화요초 아름다운 곳 하나님의 빛이 가득한 영원한 천국, 모든 눈물을 씻어 주시는 주님 곁에서 길이길이 행복하게 지내십시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돌에 피어난 꽃>
- 김국애
어제는 굴국을 먹었다
어린 시절 엄마 손잡고
갯바위에 굴 따러 가면
끊임없이 철썩거리는 물결,
파동을 일으켜 생명을 살리는
바다 속 눈물의 기이한 풍경
바위에 작은 요새
불볕에도 얼음 덮인 바위에도
견고하고 낮은 방주
살아있는 신비한 생명
바위에 붙은
하늘 아래 견고한 집
인생들은 겹겹이 쌓아 올리는데
과욕을 부리지 않는 낮은 집
천둥벼락에도 바다 속 해일에도
조난당할 위험이 없다
돔 속에 예비 된 심오한 궁전
뭇 생명을 살리는 양식
가난으로 세상이 흉흉할 때도
갯벌속에 생명의 비밀이 들어있다던
어머니의 젖은 목소리
하나님의 손길은 도처에 스며
그 사랑은 의연히
바위 꽃으로 피어있다
◇김국애 원장은 서울 압구정 헤어포엠 대표로 국제미용기구(BCW) 명예회장이다. 문예지 ‘창조문예’(2009) ‘인간과 문학’(2018)을 통해 수필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계간 현대수필 운영이사, 수필집 ‘길을 묻는 사람’ 저자. 이메일 gukae8589@daum.net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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