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1세인데 요양보호사 자격증 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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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시대가 고령화 시대를 넘어 초고령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 앞에 나는 어디쯤 서 있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의 일생은 거부할 수 없는 생로병사를 거치고서야 생을 마친다.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았던 사람도 나이 들고 병들게 되면 초라해지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게 우리 모두 삶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살았던 시대는 자녀들이 부모를 책임지는 세상이었지만 지금 자녀들은 각기 살기 바빠 예전과는 다르다. 우리 스스로 노년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 누가 먼저 갈지는 모르지만 부부란 서로의 간병인이요, 서로의 보호자다.
지난해 12월까지 시니어 일을 끝내고 1월 한 달 집에서 지내면서 남편의 달라진 모습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장 시급한 일은 남편을 잘 돌보는 일이다. 내게는 그보다 중요한 일이 없다. 남편을 잘 돌보는 것이 곧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가 되려면 교육을 받고 실습도 하고 시험을 본 뒤 자격증을 받아야 한다. 환자를 잘 돌보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하고 교육 날짜를 기다렸다.
▲ 교육 받는 요양보호사 교육원 요양 보호 교육 받는 교육원 |
ⓒ 이 숙 자 |
진즉에 관심을 가지고 교육을 받아놓았어야 했다. 옆에서 친구들이 같이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자고 권했지만 남의 일처럼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나 남편 나이가 90이 가까이 되려하니 이제는 절실하다.
남편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예전 같지 않다. 원래 워낙 깔끔하고 본인 관리를 철저히 해서 노인답지 않다는 말을 들어왔다. 그러나 나이는 못 속인다고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날이 갈수록 남편에게 찾아오는 변화를 바라보면서 때때로 가슴이 덜컥하고 놀란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 전혀 이해를 못 하고 한 번 더 큰소리로 또 한 번 또박또박 말을 해 주어야 이해를 하고 알아듣는다. 걸음걸이도 씩씩하지를 못한다.
실기 교육 240시간 실습 80시간 전체 교육 320시간이다. 아침 8시 40분에 시작해서 저녁 5시까지 교육받아야 하는 강행군이다. 17일부터 교육이 시작되었다. 아침 8시 40분에 강의실 입실하고 휴대폰 앱에서 출석 체크하고 50분 강의 10분 쉬고 또 강의.
첫날 점심은 혼자 먹었지만 둘째날 부터는 여럿이 책상 모아 놓고 먹었다. 다시 학생 시절도 돌아온 듯하다. 그러면서 낯도 익힌다. 강의받는 수는 30명이지만 중년남자분들도 10명이나 되었다. 남자 요양 보호사도 해야 할 일자리가 많다고 원장님은 말씀하신다.
집에만 있다 사람들도 만나고 강의도 들으니 좋다. 요양사라는 일을 막연하게 생각해 왔는데 알아야 할 것들이 그렇게 많은지 교육을 받으며 알게 되었다.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데 매우 유익한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욕구 사회 문제 위험들을 해결하여 더 높은 삶의 질을 도모하려는 노력이다."
사회 복지의 개념이란 강의 들으며 고개가 끄적여진다. 지금까지 막연히 알았던 일들을 요양 보호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새삼 알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걸 공부하게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나서야 그 고통의 값이 빛이 난다. 고통이 없는 삶이란 너무 무미건조해서 삶의 희열을 알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희망한 목표는 힘이 들어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일도 힘들지만 잘 해낼 것이다. 나는 나를 믿는다.
내가 생각해도 81세 노인이 의지가 강하다. 나의 도전은 언제까지일까? 그건 나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언제나 잘 될 거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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