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개미들의 반란

데스크 2024. 1. 1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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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덤 머니’

2021년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주식시장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게임스톱 주가폭등’이 그것인데, 소액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개인투자자들이 힘을 합쳐 월스트리트의 큰손과 맞서 기관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을 준 사건이다. 언론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되며 전 세계 개인 주식투자자들에게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는 주식시장에서 소액 투자자금를 운용하는 개인투자자를 개미라고 표현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들을 덤 머니(dumb money)라고 한다. 전문성이 높은 기관투자자나 규모가 큰 개인투자자의 자금, 즉 스마트 머니(smart money)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멍청한 개인 투자자금을 칭한다. 영화 ‘덤 머니’는 2021년 개미들의 짜릿한 성공 실화를 그리고 있다.

보험회사 직원인 키스 길(폴 다노 분)은 빠듯한 형편의 30대 가장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그는 소일거리로 유튜브에서 주식 관련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며 게임 관련 아이템을 판매하는 회사 게임스탑의 주가가 공매도 세력 때문에 저평가됐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유튜브와 주식 온라인 게시판인 레딧에 게임스탑 관련 주가 분석을 올려 게임스톱의 잠재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어필한다. 3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10달러까지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은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반면 대형 헤지펀드들은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공매도 판을 더 키우면서 돈을 쏟아붓는다. 키스 길을 앞세운 개미들은 주식 매수로 대응해 공매도 세력에 대한 일전에 나선다.

영화는 주식시장에서 공매도 제도의 부작용을 조명한다. 공매도는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먼저 매도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되갚은 후 차익을 얻는 투자를 말한다. 게임스톱은 미국 전역의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오프라인으로 게임 및 컴퓨터 관련기기를 판매하는 기업으로 디지털 판매 비중이 증가하는 시장 상황에서 전망이 좋은 기업은 아니었다. 따라서 공매도 세력의 좋은 타겟이 되었고 유명 헤지펀드 멜빈 캐피털이 5천만 주를 공매도했다. 영화는 월스트리트 대형 헤지펀드사의 대규모 공매도 투자로 주가가 조작되는 상황을 조명해 공매도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관련 지식을 쌓는 것은 필수다. 개미들의 투자실패는 대부분 부족한 지식과 정보력에 그 원인이 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한 키스 질은 미국 최대 금융위기 상황에서 취업이 쉽지 않았다. 그의 투자 성공비결은 충분한 지식에 있었다. 생존을 위해 주식 투자를 공부해 재무분석가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보험회사에 취직했으나 부업으로 유튜브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틈틈이 지식을 쌓았다. 주식시장에서 소액 개인투자자가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도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충분한 지식을 얻은 후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는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주식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이익을 내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말한다. 아무리 투자상식을 늘리고 공부를 해도 공매도 판에서 개인투자자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영화에서는 키스 길을 구심점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연대해 헤지펀드를 비롯한 공매도 세력을 무찔렀지만, 현실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성향이 각기 다르고 운용할 자금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대적하기 어렵다. 영화는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에 유리한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조명한다.

최근 정부는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고 한국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자가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불리할 수 있다. 영화 ‘덤 머니’는 헤지펀드 등 공매도 세력에 맞서는 개미들의 애환을 그리면서 동시에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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