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재건축 규제 완화와 부동산정책의 딜레마

2024. 1. 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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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한 걱정이지만 정부도 규제 완화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부나 부동산정책은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다.

부동산정책은 보통 어쩔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을 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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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침체땐 절차 간소화 해도
신속 진행 힘들고 실행도 의문
정책 방향 옳지만 딜레마 상황

정부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도 추진한다. 재건축 규제 완화는 재건축 활성화로 도심 주택 공급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연한 걱정이지만 정부도 규제 완화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실패로 집권한 현 정부다. 자칫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다가 반작용으로 집값이 과열되면 민심은 바로 돌아선다. 어느 정부나 부동산정책은 시장 안정을 목표로 한다. 어떤 정부든 시장 안정에 실패하는 것은 정책의 실패 때문이지 의도한 바가 아니다.

부동산정책은 보통 어쩔 수 없는 딜레마 상황을 직면한다. 자고 일어나면 가격이 뛰는 부동산 시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5년 모아야 가능하다고 한다. 걸리는 시간이 지난 한 해 동안 1년 더 늘었다.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의 안정을 기대한다고 해서 주택경기가 심하게 위축되면 그 부작용은 전방위적이다. 심지어 서민층인 건설 노동자의 생계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부동산 PF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지난해 3분기 금융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608조5000억원이라고 한다. 선거 때문이 아니더라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건설시장의 불안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시장은 거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부동산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는 상반되는 정책 목표다. 어느 한 가지도 포기할 수 없는 정부는 주택경기를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집값도 안정시켜야 한다.

정책은 결국 다양한 대안의 우선순위를 고려해 선택하는 일이다. 정책 목표가 충돌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선택은 해야 한다. 상충하는 정책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때는 실패하는 이유가 잘못된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정책 결정이론에서 딜레마 상황은 상황 자체가 정책 실패의 원인을 내포한다. 그래서 딜레마 상황에서의 정책 수단은 여러 목표와 수단이 결합한 정책의 조합이 될 수밖에 없다.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있지만, 섣불리 경기를 띄웠다가는 투기를 자극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부동산 시장이 폭락의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은 곤란하다. 순차적인 정책 조합이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시행하는 시점이다. 시점에 따라 그리고 상황에 따라 수시로 우선순위를 바꿔가면서 정책 수단을 변경하고 맞춰나가야 한다. 방향이 옳다고 해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그러니까 요점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옳은 방향인지보다는 지금이 규제를 풀어야 하는 적절한 시점인지가 핵심이라는 말이 되겠다.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두면서 정부는 지금은 거래 활성화가 주거 안정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비친다.

그러나 시장은 재건축 사업에서 수익성이 중요해진 지금은 규제를 푸는 게 별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사실 시장이 가라앉으면 아무리 절차를 간소화해도 신속한 사업 진행은 힘들다. 실행 가능성도 의문이다. 일단 안전진단을 없애 재건축 일정을 앞당기는 일이 집 없는 서민을 위한 주거 안정책은 아니다. 정책 조합이라고 해서 충돌하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서는 곤란하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건설사들의 가격 인상을 도와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분양가 할인을 요구했다. 둘 중의 하나는 잘못이었을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은 서민 주거 지원 강화를 목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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