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를 잘못 잡은 연상호 월드의 아쉬움
[김준모 기자]
▲ <선산> 스틸컷 |
ⓒ 넷플릭스 |
<선산>은 넷플릭스와 연상호의 만남이 지닌 일장일단을 느끼게 만드는 드라마다. 먼저 장점은 장르물이 지닌 흥미의 자극이다. 작품은 선산의 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다. 존재도 몰랐던 작은아버지의 죽음으로 선산의 상속자가 된 서하(김현주 분)는 장례식장에 나타난 이복동생 영호(류경수 분)와 엮이면서 불길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 불길함의 원천은 서하의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 <선산> 스틸컷 |
ⓒ 넷플릭스 |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죽음들과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연상호의 대표적인 오컬트 드라마 <방법>을 떠올리게 만든다. 서하와 영호의 서사가 미스터리 공포에 주력한다면, 경찰 성준(박희순 분)과 상민(박병은 분)의 서사는 범죄 추리물의 요소로 활용된다. 한때 호형호제 하는 사이였지만 한 사건을 계기로 관계가 틀어진 두 사람은 엇갈린 수사방향 속에 하나의 진실을 향해 나아간다. <선산>은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과 화해를 담아냈다.
오컬트에 기반을 둔 공포와 서스펜스, 선산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추리는 호기심을 이끌어 내는 장점이다. <방법>과 <지옥>이라는 확실한 결과물을 낸 연상호의 이름이 주는 신뢰감에 더해 장르물이 유행하는 OTT 시장의 트렌드를 충실히 따른다. 넷플릭스가 연상호의 손을 잡은 이유는 확실하다. 흥미를 자극할 만한 작품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반도>와 <방법>, 2021년 <방법: 재차의>와 <지옥>, 2022년 <괴이>, 2023년 <정이> 등 연상호는 매년 놀라운 속도로 화제작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만 대중성과 괴리가 있는 소재라는 점, 완성도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듣기도 한다. 모든 예술가가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이 보여줄 수 있는 역량에는 한계라는 게 있다.
▲ <선산> 스틸컷 |
ⓒ 넷플릭스 |
또한 <정이>에 이어 다시 한 번 장르물이 주는 시각적인 측면에서의 디테일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이런 연상호 월드의 아쉬움은 어쩌면 넷플릭스가 안고 가야할 불안일지도 모른다. <부산행>의 대성공 이후 그의 두 번째 실사 연출작이었던 <염력>은 큰 실패를 겪었다. 비주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시작한 그의 세계관은 대중성과 거리가 먼 이야기를 선보일 때가 있다.
창작자의 자유가 중시되는 넷플릭스인 만큼 이런 지점이 앞으로 더욱 부각될 우려가 있다. 오리지널 콘텐츠가 큰 관심을 받는 OTT 시장에서 빠르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연상호의 능력은 분명 넷플릭스와 찰떡 궁합처럼 보인다. 더해서 대중적으로 괴리가 있는 작품을 선보이는 창작자에게 간섭을 덜 받으면서 자신의 세계관을 소개할 수 있는 플랫폼의 존재는 이들의 만남이 윈-윈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다만 <정이>에 이어 <선산>까지 두 작품이 연달아 보여준 아쉬움은 과연 이 조합이 구독자들의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예로부터 선산은 조상의 무덤인 만큼 풍수지리를 통해 좋은 터를 잡고자 했다. 대중적인 시각과 맞춰가며 자신의 세계관을 발전시켜야 할 창작자가 맞지 않는 터에 자리 잡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작품을 연달아 선보이지는 않을지 우려가 남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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