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직장 내 성희롱 7개월만 인정…허문영 "의도적 아냐"

"조직문화 개선하겠다" 사과

부산영화제(BIFF)가 지난해 불거진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성폭력 사건에 공식 사과했다. 사건이 접수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부산영화제는 19일 '부산영화제 직장 내 성희롱 사건 결과에 대한 입장문'이라는 공식 서명을 내고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영화제는 "2023년 5월 31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하여 인지 후 6월 5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통하여 신고서를 접수했다"며 "본 사건을 피신고인의 영화제 재직 중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으로 규정하고 객관적, 전문적 조사를 위하여 외부전문기관 「(사)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문화예술계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이하 ‘상담소’라 합니다.)」에 위탁하여 진상조사를 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상담소는 사건 조사 및 처리 절차에 따라 조사위원회와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조사 및 심의를 진행했다. 조사위원회는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와 노무법인 소속 노무사를 포함하여 구성하였으나 피신고인이 전문성 및 객관성 담보를 이유로 법무법인 혹은 노무법인으로의 조사기관 변경을 요청하며 수차례의 조사 권고에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신고인과 참고인에 대한 조사로 진행했다. 신고인은 피신고인의 계속된 조사거부 의견에 따라 조사기관 변경과 그에 따른 재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그 또한 피신고인의 거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영화제는 "본 사건의 조사위원회는 신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인 점과 참고인들의 구체적 진술이 상호일치 되는 정황 조사를 토대로 한다고 판단하였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23년 12월 심의위원회 의결 결과 을 통보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이후 전 직원 대상 전수조사를 비롯하여 성평등 캠페인, 심화교육 등 예방교육을 실시하였으며 앞으로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직문화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영화제는 정관을 개정하여 성희롱 예방 사각지대가 없도록 임원의 책무와 자격 조건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또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신고 상담 절차에 관한 규정 개정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조치와 2차 피해 발생 방지, 피해자 지원을 포함한 규정을 보완하여 피해자 보호에 만전 ▲성 평등한 조직 문화와 책임감 있는 사건 처리를 위하여 관련 전담 기구를 지정하고 고충상담원의 경우 전문교육 이수 ▲임원, 직급별 등으로 나누어 실질적인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 평등하고 안전해야 할 직장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피해자 보호와 초기 조사 절차 과정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에 관해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만일 저의 어떤 말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사례가 있었다면 온전히 저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그것이 지속적이고 의도적이라는 판단, 특히 저의 내면적 의지에 대해 단언하는 ‘의도적’이라는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에 관한 논란이 영화제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집행위원장직에서 최종적으로 물러난 이후 그간 저의 삶을 겸허히 되돌아보는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생각이다.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허문영 부산영화제 전 집행위원장이 직원 A씨를 성희롱, 성추행 등 성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허 전 위원장은 그해 5월 사의를 표명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