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이재명 사건 재판장, 법정서 이례적 입장 표명… "어차피 총선 전 선고 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맡아 심리하던 중 사표를 내 논란을 일으켰던 재판장이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사직과 관련된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이 대표 양측이 신청한 증인이 너무 많아 신문에 오랜 시간이 필요한 데다, 이 대표의 국회 일정, 단식 등 신상 문제로 인한 기일 변경까지 있었기 때문에 총선 전에 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애초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또 자신은 '재판장 2년 근무' 원칙에 따라 이번에 사표를 내지 않았더라도 어차피 교체됐을 거라고도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의 강규태 부장판사는 19일 이 대표 사건의 공판에서 "제 사직 문제가 언론에 보도돼 설명해야 할 거 같다"며 "물리적으로 총선 전에 이 판결이 선고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재판장이 법정에서 사건 내용이나 심리 방향이 아닌 자신의 신상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자신의 사직으로 인해 재판의 결론이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비판이 제기되자 직접 해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 부장판사는 "이 사건에서 검찰과 피고인 양측은 증인 51명을 채택해 2명을 철회했다"며 "작년 9월 이 대표의 국회 대정부 질문 참석과 단식 장기화로 공판 기일이 2번 변경된 것 외에는 격주로 증인 신문을 해왔고, 현재까지 증인 49명 중 33명에 대한 신문을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약 3분의 1가량의 증인 신문 절차가 남아 있고, 부동의 서증(서류 증거)에 대한 조사, 검찰 구형, 최후변론 절차, 판결문 작성까지 고려하면 선고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라며 "물리적으로 총선 전에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강 부장판사는 "제가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2년간의 형사합의 재판 업무를 마치고 법관 사무 분담에 관한 예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업무가 변경될 예정이었다"라며 "이는 배석 판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강 부장판사가 밝힌 것처럼 서울중앙지법 재판장의 경우 2년마다 교체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는 일부 사건의 경우 재판의 연속성을 위해 예외적으로 2년 이상 재판장을 맡는 경우도 있었다.
강 부장판사는 2월 초로 예정된 법관 정기인사를 앞두고 최근 법원에 사표를 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강 부장판사가 야당 대표인 이 대표에 대한 형사 재판에 부담을 느껴 결론을 내지 않고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강 부장판사가 심리 중인 사건은 2021년 이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관계자였던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당시 알지 못했다고 한 발언과,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 국토교통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미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사실 등 시장 재직 당시 김 전 처장을 알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나 증거들이 많이 나왔고, 경기도에 대한 국토부의 압박이 없었다는 취지의 공무원들의 증언이 나온 상태라 법조계에선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이 대표에게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했을 때의 파장을 고려해 강 부장판사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함께 강 부장판사가 사임하면 후임 법관의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한 공판 갱신 절차를 밟느라 이 대표 사건의 심리가 더욱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강 부장판사는 "제 사직이 공개된 마당에 다음 기일인 내달 2일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깊이 고민된다"며 "오늘 재판을 마친 후 검사, 피고인 양측에 의견을 묻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피습 사건 이후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호응한 반면,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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