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SBS의 속보이는 보도 [까칠한 언론비평]
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SBS의 1월 3일 보도는 태영과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
ⓒ SBS 갈무리 |
태영그룹 오너 소유인 SBS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서 유달리 조용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 오너 일가를 향해 '남의 살 깎기' 등 숱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SBS 보도는 태영 측 입장만 충실하게 반영해, 오너 소유 언론사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SBS의 최대 주주는 티와이홀딩스(36.92%)이고 티와이홀딩스 최대주주는 윤석민 현 태영그룹 회장이다.
윤세영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초기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태영그룹은 당초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지원에 쓰겠다고 했지만, 대금 상당액이 지주회사인 티와이홀딩스 연대 채무를 갚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지자 논란은 거세졌다. 태영건설 재무 개선에 필요한 돈을 오너 지배구조 강화에 쓴 셈인데, 다수 언론은 오너 일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하지만 SBS는 오너를 향한 이런 비판은 삼가면서 태영 측 입장을 반영하는 데 충실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지난 3일 태영 측의 자구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당시 SBS 보도(오늘 태영, 채권단 설명회…산은 "현 수준, 채권단 동의 부정적")는 '산업은행 입장'보다 '윤세영 태영 창업회장'의 입장을 먼저 소개했다.
'남의 살 깎아먹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549억 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고 봤다"고 간략하게만 언급했다. 당일(3일) 저녁 2분 분량의 리포트("사력 다해 살려내겠다"…"추가 자구안 요구")에서도 태영과 채권단 입장을 동등하게 소개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신년기자간담회에서 태영건설 자구안을 두고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자구안을 이번 주말까지는 내놔야 한다"고 태영 오너 일가를 향한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SBS 보도에선 이런 발언을 소개하지 않았다.
당일(4일) SBS 보도(이복현 "해외 IB 불법 공매도 수백억 추가 확인…ELS 검사 곧 착수")는 이 원장의 불법 공매도 적발과 관련된 내용만 다뤘다. 태영 오너를 작심 비판한 이 원장의 발언은 SBS 전체 보도를 훑어봐도 찾기 어려웠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거듭된 압박에 못 이긴 태영 오너 일가가 뒤늦게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면서 워크아웃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SBS의 침묵이 던지는 시사점은 크다.
물론 호반에 인수된 <서울신문>, 중흥에 인수된 <헤럴드경제> 등 사적 자본에 인수된 언론사들은 수없이 많고, 이들 언론들이 편향성을 띤다는 것은 언론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공공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방송인 SBS는 공적 책무를 명시적으로 부여받는다는 점에서 이런 언론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20년 12월 SBS에 조건부 재허가를 해주면서 '방송 사적 이용 금지' 등 공적 책임성을 담보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 태영그룹 홈페이지. SBS 사옥 사진을 배경으로 사용하고 있다. |
ⓒ 태영그룹 |
유현재 서강대 교수는 "노골적으로 오너 편을 들지 않더라도, 보도할 사실을 취사선택한 셈인데, 이번 SBS 보도의 경우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면서 "그렇게 때문에 사적 자본이 지상파 방송사나 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하는 문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도 "SBS가 태영건설 관련 보도를 할 때, '모회사와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을 적시했다면 시청자들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런 문제에 대해선 다른 언론사들도 좀 더 관심을 갖고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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