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아시안컵 '1호 퇴장' 감독 됐다…UAE도 '초비상', 팔레스타인과 1-1 무승부

김환 기자 2024. 1. 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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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지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까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감독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호 퇴장' 감독이 됐다. 아랍에미리트(UAE)는 팔레스타인과 무승부를 거둬 16강 진출을 확정 짓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전만 하더라도 UAE의 승리가 예상됐다. 지난해부터 벤투 감독과 함께한 UAE는 수 차례 수정 끝에 벤투 감독의 축구 철학을 팀에 녹였고, 아시안컵을 앞둔 시점에서 A매치 7경기 5승 1무 1패를 기록 중이었다. '벤투호' UAE는 홍콩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3-1 승리를 챙기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아시안컵 일정을 시작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아시안컵 이전 A매치 5경기 1승 2무 2패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1차전 상대인 이란이 C조에서 가장 강력한 전력을 구축한 팀이기는 하나, 팔레스타인은 전반전에만 세 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전반전 추가시간 한 골을 만회한 뒤에도 후반전 들어 추가 실점을 내줬고, 결국 첫 경기부터 1-4 대패를 당했다.


상황도 UAE가 유리했다. 앞서 1차전에서 홍콩을 상대로 3-1 승리를 거둔 UAE는 이번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조기에 아시안컵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3차전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었다. 3차전 상대가 C조 최강이자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이란이기 때문에 벤투 감독과 UAE 입장에서는 2차전에서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한 뒤 3차전에서 휴식을 취하는 그림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UAE는 선제골로 가져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팔레스타인에 자책골을 내줬고,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16강 진출 조기 확정에 실패했다. 설상가상 사령탑 벤투 감독마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이란과의 3차전에서 벤치에 앉지 못하게 됐다.


벤투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술탄 아딜이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카이우, 알리 살레, 파비우가 2선에서 최전방을 지원했다. 중원에는 압달라 라마단과 마지드 라시드가 배치됐다. 수비진은 압둘라 이드리스, 바데르 압앨라지즈, 칼리아 알함마디, 칼리드 이브라힘이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칼리드 에이시가 꼈다.

팔레스타인의 선택은 4-4-2였다. 오데이 다바와 자이드 쿤바르가 공격을 책임졌다. 타메르 세얌, 오다이 카롭, 모하메드 바심, 마흐무드 아부 와르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수비는 무사브 알바타트, 미셸 테르마니니, 모하메드 살레, 그리고 카밀로 살다라가, 골문은 라미 하마데 골키퍼가 맡았다.


UAE는 경기 초반부터 패스를 통해 주도권을 쥐었다. 경기 첫 슈팅도 UAE에서 나왔다. 전반 9분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한 이드리스에게 후방에서 긴 패스가 왔다. 공을 컨트롤한 이드리스는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드리스의 슈팅은 옆그물을 때리고 말았다.

이드리스의 슈팅을 시작으로 UAE는 계속해서 팔레스타인을 압박했다. 팔레스타인은 전반 중반까지 제대로 반격도 하지 못한 채 휘둘렸다.

UAE는 기세를 몰아 선제골을 터트렸다. 벤투 감독의 선택을 받은 아딜이 믿음에 보답했다. 전반 23분 아딜은 살레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공을 헤더로 연결해 팔레스타인의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 초반부터 몰아친 UAE의 노력이 열매를 맺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UAE의 흐름을 꺾는 변수가 발생했다. 페널티킥과 퇴장이었다. 전반 34분 UAE 수비수 알함마디가 박스 안에서 팔레스타인의 공격수 다바의 유니폼을 잡아당겨 다바가 넘어졌다. 주심은 처음에는 경기를 멈추지 않았지만, 비디오 판독(VAR) 이후 해당 장면에 대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게다가 파울을 범한 알함마디가 퇴장을 당하며 UAE는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수적 열세를 안고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UAE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에이사 골키퍼가 세얌의 페널티킥을 선방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비수 한 명의 퇴장으로 인해 생긴 공백은 어쩔 수 없이 티가 났다. UAE는 점점 팔레스타인에 경기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하더니, 이내 위협적인 장면까지 나왔다. 이에 벤투 감독은 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파비우를 불러들이는 대신 수비수 칼리드 하셰미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UAE는 수 차례 팔레스타인에 위협적인 공격을 허용했으나 리드를 지킨 채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향했다.


하지만 UAE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전 초반 UAE 수비 진영에서 자책골이 나와 결국 경기 균형이 맞춰졌다. 후반 5분 팔레스타인이 시도한 크로스를 압앨라지즈가 머리로 걷어내려 했으나 압앨라지즈의 머리를 떠난 공은 그대로 UAE 골문 안으로 향했다. UAE 입장에서는 통한의 자책골이었다.

수적 열세와 더불어 동점 상황까지 허용한 UAE는 계속해서 밀리기 시작했다. 분위기를 탄 팔레스타인은 라인을 높게 올리며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은 후반전 내내 6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무수히 많은 슈팅을 시도했다. UAE 수비진이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 슈팅에 몸을 던졌고, 골키퍼도 선방쇼를 펼치며 팔레스타인의 공세를 막아냈다.

UAE에 또다시 변수가 발생했다. 이번엔 선수가 아닌 감독의 퇴장이었다. 앞서 전반 추가시간에 심판에게 항의하다 경고를 받은 벤투 감독이 후반 추가시간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당했다. 주심은 벤투 감독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나며 장소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포함해 벤투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UAE는 벤투 감독이 퇴장당한 뒤 남은 시간에도 마저 팔레스타인의 공격을 방어하다 1-1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 UAE는 점유율 44%, 슈팅 3회, 유효슈팅 2회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팔레스타인의 최종 기록은 점유율 56%, 슈팅 16회, 유효슈팅 9회였다. 게다가 UAE의 퇴장 이후 계속해서 경기를 주도한 팔레스타인은 이 경기에서만 무려 16개의 코너킥을 얻어냈다. UAE가 역전당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두 팀 기록의 차이가 컸다.

UAE는 알함마디와 벤투 감독의 퇴장으로 힘든 상황에서 이란전을 치르게 됐다. 만약 이란이 20일 홍콩과의 2차전에서 승리해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다면 UAE와의 3차전에서 로테이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여전히 이란은 막강한 상대다. 더욱이 경기에서 시시각각 변화는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감독이 없다는 점은 UAE를 비롯한 어느 팀에나 크나큰 타격이다.

이번 아시안컵은 대회에 참가한 24개국이 4개 팀씩 6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데, 각 조의 1위와 2위과 16강에 진출하고 3위 팀 중 상위 4개 팀이 추가로 토너먼트에 오른다.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기록한 UAE는 당장은 조 1위에 위치해 있으나, 조별리그 최종전 결과에 따라 3위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UAE가 조 2위 자리라도 확보하려면 이란과의 3차전에서 적어도 무승부를 거둬야 한다.


벤투 감독은 팔레스타인전 퇴장으로 이번 대회 '1호 퇴장 감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받았다. 조별리그 2차전이라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나온 기록이다. 

벤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참가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퇴장당한 경력이 있다. 당시 벤투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이던 가나와의 경기에서 경기 막바지 한국의 코너킥 기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주심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불자 주심에게 달려가 격하게 항의했다. 경기를 주관한 앤서니 테일러 주심은 벤투 감독에게 퇴장을 명했다. 벤투 감독이 김영권의 퇴장을 막기 위해 대신 퇴장당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감독 없이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3차전을 치른 한국은 김영권의 선제골과 황희찬의 추가골에 힘입어 포르투갈을 상대로 2-1 값진 승리를 챙겼다. 이 승리로 한국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이후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한국과 이번 아시안컵 UAE의 상황은 같은 듯 다르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무승부를 거둔 뒤 가나에 패배해 16강으로 가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반면 UAE는 두 경기에서 1승 1무를 거뒀기 때문에 2022년 말의 한국보다 상황이 더 낫다는 평가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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