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탐사 나섰던 두 남자와 썰매개의 우정 그린 실화

양형석 2024. 1. 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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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고 폴 워커 주연의 영화 <에이트 빌로우>

[양형석 기자]

<분노의 질주> 시리즈에서 주인공 브라이언 오코너를 연기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배우 고 폴 워커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촬영 기간이던 2013년 11월 자동차 사고를 당하면서 사망했다. 당시 그는 만 40세로 배우로서 한창 활발하게 활동해야 할 나이였다. 워커의 유작이 된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2015년 4월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15억16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폴 워커는 <분노의 질주>라는 인기 시리즈를 남기고 하늘로 떠났지만 사실 폴 워커의 필모그라피에서 7편의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제외하면 그의 커리어는 화려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폴 워커는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지 않은 소규모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고 그 중 몇몇 작품들은 영화 마니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제시카 알바와 함께 출연한 <블루 스톰>처럼 실망스러운 성적을 기록한 영화도 있었다.

폴 워커는 2006년에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아버지의 깃발>과 웨인 크래머 감독의 <러닝 스케어드>를 비롯해 세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 중 2006년 2월에 개봉한 월트 디즈니 제작, 프랭크 마샬 감독 연출의 이 영화는 제작비의 3배에 달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폴 워커에게 오랜만에 흥행의 기쁨을 안겨줬다. 1983년에 개봉했던 일본영화 <남극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에이트 빌로우>였다.
 
 일본영화 <남극이야기>를 리메이크한 <에이트 빌로우>는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하얀 눈과 추위가 생각나는 겨울영화들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겨울에 더 적극적인 외부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 몸이 움츠려 들면서 외출을 최소화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추운 겨울에는 힘들게 밖에 나가서 추위를 온 몸으로 느끼지 않더라도 따뜻한 방안이나 극장에서도 귤이나 군고구마 같은 맛있는 겨울간식과 함께 충분히 겨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각 나라에서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이 각본 작업에 참여했고 송강호와 유지태가 주연을 맡았던 임필성 감독의 <남극일기>는 남극의 '도달불능점' 정복에 나선 6명의 탐험대원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남극일기>는 설원을 방황하면서 점점 미쳐가는 탐험대원들의 광기를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따뜻한 5월에 개봉한 <남극일기>는 전국 100만 관객으로 흥행에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반면 악인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등정기를 영화화한 황정민과 정우 주연, 이석훈 감독의 <히말라야>는 한창 겨울이 깊어지는 2015년 12월에 개봉해 77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히말라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두 주인공인 엄홍길 대장과 고 박무택 등반대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은 모두 다른 이름으로 바꿨고 시나리오의 절반 이상은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각색했다.

리들리 스콧과 고 토니 스콧 형제가 제작에 참여하고 리암 니슨이 주연을 맡은 생존 드라마 <더 그레이>도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엄청난 추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영화다. 리암 니슨의 흥행작 <테이큰>의 영향으로 <더 그레이> 역시 개봉 당시 리암 니슨이 늑대를 상대하는 액션영화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더 그레이>는 대자연에 의해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도 끝까지 맞서 싸우는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그린 영화였다.

흔히 겨울과 눈이 등장하는 영화들은 흔히 '재난', '생존' 등 극한 상황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처럼 순수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 영화도 있다. <러브레터>는 1999년 정식개봉 당시 서울에서만 64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일본 최초 100억엔 흥행 영화 리메이크작
 
 여러 배우들이 나오지만 <에이트 빌로우>의 진정한 주인공은 남극의 추위를 견딘 썰매개들이었다.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에이트 빌로우>는 1983년에 개봉한 일본영화 <남극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남극이야기>는 개봉 당시 일본 현지에서 110억 엔에 달하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역대 일본영화 흥행 1위 자리를 10년 넘게 지켰다(흥행 통신사 기준). <남극이야기>의 흥행기록은 1997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가 201억 엔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14년 만에 경신됐다.

남극탐사대원 제리(폴 워커 분)와 지질학자 데이비스(브루스 그린우드 분)는 운석을 찾기 위해 8마리의 썰매개들과 함께 남극탐사에 나선다. 운석채집에 성공한 제리와 데이비스는 썰매개들의 헌신 덕분에 목숨을 건지지만 부상치료와 악천후 문제로 썰매개들을 두고 남극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데리러 오겠다는 제리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썰매개들은 남극의 엄청난 추위 속에서 무려 6개월 가까운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에이트 빌로우>는 남극에 버려진 8마리의 썰매개들이 극한의 추위에도 남극에서 생존하고 썰매개들의 존재를 잊고 살던 제리가 썰매개들과의 약속을 다시 떠올리며 남극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의 영화다. 내용과 주제는 단순하지만 동물, 특히 개에게 애정이 있는 관객이라면 8마리의 썰매개들이 힘을 합쳐 남극에서 생존하는 모습과 마지막 제리 일행과의 재회 장면을 보면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에이트 빌로우>는 1억2000만 달러를 벌어 들이며 흥행에서도 쏠쏠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에이트 빌로우>는 국내에서 '월트 디즈니'의 간판을 달고 개봉했음에도 전국 1만 9천 명에 그치며 흥행 참패했다. 극장에서의 흥행성적 만으로는 크게 아쉬웠지만 감동적인 이야기가 관객들 사이에서 재조명되면서 <에이트 빌로우>는 18일 현재 N포털사이트에서 9.26의 높은 네티즌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에이트 빌로우>를 연출한 프랭크 마샬 감독은 사실 감독보다 제작자로서의 역량이 더욱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부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협업해 <인디아나 존스>,< E.T. >등 대작들의 제작에 참여한 마샬 감독은 1993년 우루과이 공군 571편 추락사고를 영화화한 <얼라이브>를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1995년에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콩고>를 영화화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은견(?) 찾으러 남극으로 돌아가는 지질학자
 
 영화 속 제리(오른쪽)와 데이비스는 썰매개들의 헌신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에이트 빌로우>에서 모든 불행은 제리의 반대에도 무조건 남극탐사를 해야 한다고 우긴 데이비스 맥클라렌 박사의 고집에서 비롯됐다. 데이비스의 고집에 따라 두 사람은 남극탐사에 나섰고 데이비스 박사는 이 과정에서 다리를 다쳤지만 원했던 운석채집에 성공하면서 세계적인 석학이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데이비스가 욕심 많은 빌런 같지만 영화 후반 데이비스는 자신을 구한 썰매개들을 데려오기 위해 제리와 함께 남극으로 돌아간다.

고집 세지만 인간적인 지질학자 데이비스를 연기했던 브루스 그린우드는 캐나다 출신의 배우 겸 성우로 1970년대부터 배우활동을 시작해 <람보>, <패신저57>,<코어>,<아이,로봇>,<데자뷰>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관객들에게는 <내셔널 트레저: 비밀의 책>에서 미국 대통령과 <스타트랙: 더 비기닝>, <스타트렉: 다크니스>에서 USS 엔터프라이즈의 초대선장 크리스토퍼 파이크를 연기했던 배우로 유명하다. 

<에이트 빌로우>에서 탐험대의 구조요원 제리와 기상 담당자 케이티는 친한 친구 관계처럼 나오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실 두 사람은 과거 연인이었다가 헤어졌는데 기상악화 때문에 썰매개들을 데려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케이티는 제리가 남극으로 돌아갈 때 제리의 팀에 합류한다. 케이티를 연기한 문 블러드굿은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에서 인간 저항군의 여전사 블레이 윌리엄스 역을 맡았던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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