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시브 펀드 13조3000억달러…액티브 펀드 첫 추월

액티브 4500달러↓ 패시브 5290억 달러↑

미국에서 처음으로 패시브 펀드 운용 자금 규모가 액티브 펀드를 뛰어넘었다. 개인 투자자들의 선호가 높고, 지수 추종 ETF가 인기를 얻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은 글로벌 투자분석기관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미국의 패시브 뮤추얼 펀드와 ETF가 13조3000억 달러(약 1경7748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보유한 반면, 액티브 ETF와 뮤추얼 펀드는 13조2000억 달러(약 1경7614조원)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순증감액을 놓고 보면 액티브 펀드에서 4500억 달러(약 600조원)가 빠져나갔고, 패시브 펀드에서는 5290억 달러(약 706조원)가 늘었다.

금융조사기관 세룰리 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패시브 펀드 자금 규모는 미국 뮤추얼 펀드와 ETF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성적을 놓고 보면 가끔 이례적인 실적을 보이는 때를 제외하면 패시브 펀드가 액티브 펀드보다 줄곧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패시브 펀드는 1976년 뱅가드가 세계 최초의 인덱스 뮤추얼 펀드를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펀드매니저가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액티브 펀드와 달리 주요 지수를 추종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여러 차례 주주 서한을 통해 월가의 고액 수수료를 비판하며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인덱스 펀드는 대표적인 패시브 펀드의 일종이다.

매트 압카리안 세룰리 제품개발 담당 부이사는 "반드시 개인 투자자들이 액티브 펀드를 싫어하고, 패시브 펀드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산관리자들이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패시브 펀드를 더 많이 사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와 사모펀드 같은 대체투자까지 고려하면 액티브 투자 자산은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펀드 업계에서 패시브 펀드 운용이 꾸준히 늘어나는 데는 ETF의 역할이 크다. ETF는 뮤추얼 펀드처럼 증권을 보유하지만,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어 환매성이 높다. 투자자들은 2019~2023년 사이 패시브 ETF에 2조5000억 달러(약 3337조원)를 쏟아부었다. 작년 한 해만 6000억 달러(약 801조원)를 투자했다. 같은 기간 패시브 뮤추얼 펀드로는 4000억 달러(약 534조원)가 몰렸다.

패시브 펀드와 ETF의 대중적 인기가 높지만, 외신은 자산 순위 상단의 변화는 액티브 ETF에서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액티브 ETF가 미국 ETF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작년 한 해 동안 1260억 달러(약 168조원)를 벌었다. 이는 지난해 미국 전체 ETF 시장에 유입된 자금의 20%가 넘는 규모다.

컨설팅업체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연구 책임자는 "많은 사람이 벤치마크 지수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려면 벤치마크를 따라 하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근 액티브 ETF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지수 추종 ETF는 대부분의 포트폴리오에 핵심 요소다"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