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에너자이저' 김진영, 시즌 첫 연승 견인
[양형석 기자]
신한은행이 적지에서 BNK를 꺾고 시즌 첫 연승과 함께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구나단 감독이 이끄는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1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BNK 썸과의 원정경기에서 77-62로 승리했다. 전반기 16경기에서 2승14패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신한은행은 후반기에 열린 2경기에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BNK를 연파하며 시즌 첫 연승과 함께 BNK를 반 경기 차이로 제치고 최하위에서 탈출했다(4승14패).
신한은행은 슈터 구슬이 4개의 3점슛을 모두 적중시키며 18득점4리바운드4어시스트2스틸로 맹활약했고 에이스 김소니아가 15득점11리바운드2어시스트, 센터 김태연이 13득점5리바운드, 포인트가드 강계리가 9득점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구나단 감독과 신한은행 팬들은 탈꼴찌와 연승 만큼이나 이 선수가 살아난 것이 기뻤을 것이다. 10득점11리바운드5어시스트2블록슛으로 시즌 두 번째 '더블더블'을 기록한 김진영이 그 주인공이다.
▲ 김진영은 보상선수로 신한은행에 이적한 후 김소니아와 함께 신한은행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
ⓒ 한국여자농구연맹 |
2022년5월, 신한은행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 왔다. 2007년 신한은행 입단 후 15년 동안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으며 신한은행의 흥망성쇠를 함께 했던 절대적인 에이스 김단비가 우리은행 우리WON으로 이적한 것이다. 여기에 또 한 명의 FA였던 한엄지(BNK)마저 팀을 떠나면서 신한은행은 팀의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한은행은 많은 농구팬들로부터 2022-2023 시즌 최하위 후보로 지목됐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2022-2023 시즌 16승14패로 5위 KB 스타즈(10승20패)에게 무려 6경기나 앞선 성적으로 여유 있게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2위 BNK(17승13패)에게 고작 1경기 뒤진 성적으로 조금만 더 분발했다면 정규리그 2위는 물론 2013-2014 시즌 이후 9년 만에 챔프전 진출도 가능한 성적이었다. '꼴찌후보'로 불리던 신한은행이 이처럼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분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두 보상선수의 대활약 덕분이었다.
김단비를 영입한 우리은행은 내부 FA 최이샘을 붙잡으면서 보호선수 명단에 2021-2022 시즌 득점 6위(16.82점)이자 팀 내 득점 1위였던 김소니아를 포함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신한은행은 망설임 없이 검증된 득점력과 뛰어난 승리욕을 겸비한 김소니아를 김단비의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물론 우리은행이라는 강 팀에서 활약했던 김소니아가 전력이 약해진 신한은행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김소니아에 대한 걱정은 부질 없었다. 이적하자마자 신한은행의 새로운 에이스 자리를 차지한 김소니아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30경기에 모두 출전해 18.9득점9.4리바운드2.4어시스트1.5스틸로 맹활약했다. 특히 박지수가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던 지난 시즌 김소니아는 김단비(17.17점)를 제치고 득점 1위에 올랐다. WKBL 역사에서 FA 보상선수가 다음 시즌에 곧바로 득점왕에 등극한 것은 김소니아가 역대 최초였다.
이처럼 김소니아가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지만 농구는 뛰어난 에이스 한 명이 있다고 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신한은행 역시 김소니아에 이어 팀 내 출전시간(32분09초)과 득점(12.00점),리바운드(6.07개) 2위를 기록하며 궂은 일을 책임졌던 이 선수의 활약이 더해졌기에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릴 수 있었다. 바로 FA 한엄지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었던 김진영이다.
▲ 김진영은 작년12월8일 우리은행전(21득점10리바운드)에 이어 시즌 두 번째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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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무대를 밟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김진영 역시 숭의여고 시절에는 상당히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특히 지난 2014년 3월 28일 협회장기 대회에서는 마산여고를 상대로 무려 66득점을 기록하며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여고부 한 경기 최다득점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렇게 고교시절부터 농구계 전체가 주목하는 유망주였던 김진영은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안혜지(BNK)에 이어 전체 2순위로 KB에 입단했다.
하지만 당시 KB에는 변연하(BNK수석코치)와 정미란, 강아정 등 쟁쟁한 포워드 자원들이 즐비했고 김진영은 프로 입단 후 5시즌 동안 10분 내외의 출전시간을 기록하며 평균득점 3점을 채 넘기지 못했다. 그렇게 KB의 잉여전력으로 아쉬운 시간을 보내던 김진영은 2019년 11월 김소담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BNK로 이적했다. 그리고 김진영은 선수층이 얇은 신생구단 BNK에서 꾸준히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입지를 넓혔다.
2021-2022 시즌 8.7득점7.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BNK의 주축선수 중 한 명으로 성장한 김진영은 2022년 5월 FA 한엄지의 보상선수로 신한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그리고 신한은행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김진영은 12.0득점6.1리바운드2.7어시스트1.0스틸의 성적으로 생애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FA자격을 얻어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2억 4000만원의 좋은 조건에 신한은행과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김진영은 FA계약을 맺은 후 첫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김진영의 부진은 그대로 에이스 김소니아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김소니아에게 의존한 신한은행은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감했다. 하지만 김진영은 후반기 두 번째 경기였던 18일 BNK전에서 공격리바운드 5개를 포함해 10득점11리바운드5어시스트2블록슛으로 시즌 두 번째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신한은행의 최하위 탈출에 크게 기여했다.
김진영은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 22.5%와 자유투 성공률 44.4%에 그치고 있다. 외곽슛의 비중이 높은 WKBL의 스타일과 골밑에서 몸을 부딪히며 자주 파울을 얻어내는 김진영의 플레이스타일을 고려할 때 낮은 슛성공률은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BNK 시절부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기복만 줄인다면 김진영은 김소니아와 함께 신한은행을 이끌어갈 '원투펀치'로 손색이 없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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