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 Next]'동네북' 쿠팡…견제구 날리는 유통가
CJ제일제당과는 납품가 두고 갈등
온라인커머스 시장 둔화 속 쿠팡 점유율 ↑
'유통 공룡'으로 부상한 쿠팡을 둘러싼 업계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쿠팡과 다른 유통 기업 간 불공정 거래 등을 문제 삼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전이 이어지고, 공급가를 놓고 힘겨루기 끝에 납품을 중단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격히 커졌던 e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유통업계 간 갈등은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쿠팡 vs 11번가 '판매 수수료' 전쟁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자사의 판매수수료를 비교한 쿠팡을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쿠팡이 최근 '쿠팡이 판매자로부터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자사 뉴스룸에 이를 반박하는 글을 게재하면서 온라인커머스 업체들의 판매수수료를 명시했는데, 비교기준을 '최대 판매수수료'로 적용해 설명했다는 이유에서다.
판매수수료는 판매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면서 e커머스 업체에 지급하는 금액으로, 이커머스 각 사업자가 상품의 가격, 판매량 등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각각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는 것이 11번가의 설명이다. 당시 쿠팡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1번가의 최대 판매수수료는 20%에 달했다. 신세계(G마켓·옥션)와 쿠팡의 최대 판매수수료는 각각 15%와 10.9%였다.
11번가는 쿠팡 측이 명확한 기준이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최대 판매수수료만을 비교했다며 반발했다. 11번가의 전체 판매수수료가 쿠팡에 비해 과다하게 높은 것처럼 왜곡해 공표했다는 것이다. 이어 쿠팡이 언급한 최대 판매수수료는 전체 185개 상품 카테고리 중 단 3개 분야에만 적용되며 180개 카테고리의 명목 수수료율은 7~13%라고 주장했다.
11번가는 쿠팡 측이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는 전자상거래법 제21조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쿠팡은 공시된 자료를 기반으로 공지를 작성한 데다, 최대 판매수수료라는 기준을 명시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팡 vs CJ '납품 갑질' 충돌…CJ대한통운과도 갈등
협력업체 납품을 둘러싼 플랫폼 간 갈등도 벌어졌다. 쿠팡은 지난해 7월 헬스앤뷰티(H&B) 스토어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중소 납품업체들의 쿠팡 납품을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쿠팡은 "CJ올리브영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뷰티업체에 납품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등 지속해서 거래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은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며 맞섰다. 공정위는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지 않은 상황이다.
CJ제일제당과는 납품 단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납품 단가를 둘러싼 갈등 끝에 2022년 말부터 햇반과 비비고 등 주요 상품들을 쿠팡에 납품하지 않고 있다. 대신 11번가, G마켓 등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 할인전을 진행하며 이른바 '반쿠팡 연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팡도 이에 맞서 CJ제일제당의 제품이 빠진 뒤인 지난해 1~5월 중소·중견기업의 즉석밥 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최고 100배 이상 늘었다고 밝히며 날을 세웠다. 당시 쿠팡 측은 "여러 식품 품목을 독과점해온 대기업 제품이 사라지면서 후발 중소·중견 식품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CJ대한통운과는 '택배 없는 날'을 두고 맞섰다. 택배 없는 날은 택배기사들이 연휴를 보낼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로, 광복절 휴일을 앞둔 8월13일 또는 14일로 지정돼 왔다. 그런데 쿠팡이 지난해 택배 없는 날을 앞두고 '쿠팡은 1년 365일이 택배 없는 날'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 CJ대한통운 등 택배사들이 반발했다. 쿠팡은 택배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백업 기사를 두고 있고, 직영 배송 인력인 쿠팡친구도 있어 택배기사들이 비용 없이 휴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CJ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내고 "다양한 방식으로 '택배 없는 날'을 응원해주시는 고객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사실을 왜곡하는 프레임으로 택배업계의 자발적 노력을 폄훼하는 일부 업체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반 택배 종사자는 일요일·공휴일은 물론, 명절 휴무에 더해 동료 기사와 협력하면 휴가를 갈 기회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앞서LG생활건강과도 납품가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납품 협상 과정에서 납품가를 두고 이견을 보이던 양사는 2019년 4월 LG생활건강이 쿠팡에 납품을 전격 중단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에 따라 쿠팡에서는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과 코카콜라의 '로켓배송'이 중단됐다.
두 기업 간 갈등은 LG생활건강이 2019년 5월 쿠팡을 공정위에 신고하면서 공정위의 판단을 받게 됐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인 거래 강요 금지 등을 명시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심리 끝에 2021년 8월 쿠팡의 납품업체 상대 '갑질'을 인정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쿠팡은 2022년 2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 소송은 두 차례의 연기 끝에 내달 1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두 기업이 지난 12일 4년9개월 만의 상품 직거래 재개를 전격으로 발표하며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다.
e커머스 시장 성장 둔화…쿠팡 '나 홀로 승승장구'
플랫폼 간 갈등은 e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 조짐인 가운데 지난 수년간 쿠팡의 실적 독주가 이어진 데 대한 견제구 성격이 짙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신선식품(로켓프레시)과 라이브커머스(쿠팡라이브), 뷰티(로켓럭셔리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쿠팡플레이) 등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는 모두 기존 유통 및 엔터테인먼트 기반 대기업들의 주요 사업 분야다. 한국투자증권이 추정한 쿠팡의 올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2%포인트 증가한 25.2%다. 온라인 시장의 4분의 1을 쿠팡이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까지 더한 전체 소비시장에서의 올해 점유율은 9.2%로 전망됐는데, 이는 2023년 대비 1%포인트 오른 수치다.
제조업체의 경우 납품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쿠팡과 전면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형마트가 급성장한 2008년 이마트와 CJ제일제당이 식품값 인상과 PB(자체브랜드) 상품 등을 둘러싸고 대립했다. 당시 밀가루 납품가 인상을 요구하던 CJ제일제당은 '납품 중단' 카드를 꺼내들고 압박했고, 이마트가 이를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이번 쿠팡 사태의 결말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LG생활건강이 이번에 쿠팡에 다시 자사 제품을 납품하게 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선 LG생활건강이 쿠팡에 납품을 중단한 후 네이버스토어에 전용관을 열고, 알리익스프레스에 코카콜라 전용관을 오픈하는 등 유통 플랫폼 다양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쿠팡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LG생활건강 역시 실적 하락세에 놓인 만큼 '유통 공룡' 쿠팡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LG생활건강의 매출은 2019년 쿠팡과의 거래중단 이후에도 상승세였다가 2021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1년 8조915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그다음 해에 7조1857억원을 기록하며 11.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2896억원에서 7111억원으로 45% 밀렸다. 증권가는 LG생활건강의 2023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6조9597억원, 4924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하락세가 점차 심화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카콜라의 경우 온라인 주문이 많은 LG생활건강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CJ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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