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실형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피고인도 도주죄 주체"

최석진 2024. 1. 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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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피고인 대기실에서 도망가다 잡혀
무죄 선고한 2심 파기환송… '도주미수죄' 유죄 취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돼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 인치돼 있던 피고인도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도주미수 혐의로 기소된 학원강사 홍모씨(41)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는 형사소송법 제81조 1항에 따른 구속영장의 집행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하고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홍씨는 2018년 5월 3일 서울남부지법 법정에서 준강제추행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관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해 법정구속됐다.

이후 법정과 연결된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끌려간 홍씨는 교도관들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틈을 타 도주를 시도했다. 홍씨는 대기실 출입문을 열고 법정으로 뛰어들어간 뒤 재판관계인석과 방청석 사이 공간을 통해 맞은편의 법정 출입문 방향으로 뛰어가 도주하려 했지만, 마침 법정 안에서 다른 수용자를 지키고 있던 교도관들에게 붙잡혔다.

검찰은 홍씨를 도주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에서는 홍씨를 도주죄의 주체인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2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는데, 홍씨가 도주를 시도한 것은 사법경찰관을 만나기 전이었으므로 구속영장이 집행돼 구금된 상태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검사의 집행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 수사관이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영장을 집행한 시간은 홍씨의 도주 시도가 있은 이후인 2018년 5월 3일 오후 2시20분이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상황이 검사를 대신해 재판장이 구속영장 집행을 지휘해야 할 '급속을 요하는 경우'가 아니었기 때문에 사법경찰관이 아닌 교도관에 의해 구속 피고인 대기실로 인치돼 있던 홍씨는 도주죄의 주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81조(구속영장의 집행) 1항은 '구속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하여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한다. 단,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는 재판장, 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가 그 집행을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같은 조 2항은 '1항 단서의 경우에는 법원사무관등에게 그 집행을 명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법원사무관등은 그 집행에 관하여 필요한 때에는 사법경찰관리·교도관 또는 법원경위에게 보조를 요구할 수 있으며 관할구역 외에서도 집행할 수 있다'고 정했다.

결국 재판장이 법원사무관에게 집행을 명하고, 법원사무관이 교도관에게 집행을 보조해줄 것을 요구할 '급속한 경우'가 아니었던 만큼, 홍씨는 당시 '법률에 따라 구금된 자'가 아니었다는 게 2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제81조 1항 단서의 '급속을 요하는 경우'라 함은 1항 본문이 정한 원칙적 절차인 검사의 지휘에 따른 구속영장 집행이 불가능한 경우라 할 것인데, 이 사건에서와 같이 재판부가 선고기일에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당시 법정에 검사가 재정하고 있었던 이상 위와 같은 상황을 '급속을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인신구속 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60조에서도 구속영장은 검사가 집행하게 함을 원칙으로 하고, 검사가 제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81조 1항 단서에 따라 재판장 등이 직접 법원사무관 등에게 집행을 명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구속영장을 집행하도록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81조 1항에는 같은 조 2항과 같은 '교도관, 법원경위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규정'이 명문화되지 않은 이상, 이 사건과 같이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교도관, 법원경위의 안내에 따라 임시적으로 구속 피고인 대기실에 들어간 피고인을 도주죄에서 정한 '적법하게 체포 또는 구금된 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형사소송법 규정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법원이 선고기일에 피고인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경우 검사가 법정에 재정해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전달받아 집행을 지휘하고, 그에 따라 피고인이 피고인 대기실로 인치됐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은 형법 제145조 1항의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에 해당한다"며 2심의 결론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은 재판의 집행 일반에 관해 재판의 성질상 법원 또는 법관이 지휘할 경우를 제외하면 재판을 한 법원에 대응한 검찰청 검사가 지휘한다고 정하면서, 구속영장, 체포영장, 압수·수색영장의 집행 등도 검사의 지휘에 의해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검사가 법정에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전달받아 교도관 등으로 하여금 피고인을 인치하도록 했다면 집행절차가 적법하게 개시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구속영장의 집행을 통해 최종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신병을 인계받아 구금을 담당하는 교도관이 법정에서 곧바로 피고인에 대한 신병을 확보했다면 구속의 목적이 적법하게 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구속영장 발부, 구속영장 집행, 구금 등 모든 과정이 공개된 법정 및 법관의 면전에서 이뤄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인의 방어권이나 절차적 권리 및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만한 위법이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법정에 있던 검사의 적법한 구속영장 집행지휘에 따라 최종적으로 구속 피고인의 신병을 인계받아 구금할 교도관이 홍씨의 신병을 확보했다면 적법하게 구금된 자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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