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떠나라 당신, 나를 되돌아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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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여행을 꿈꾼다.
현실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여행은 설렌다.
그는 '여행하는 낱말'을 통해 "몸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대륙의 경계를 지우는 것, 도시에 중첩돼 있는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일과 여행의 경계를 지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론 삶과 여행 사이를 가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지워내는 것에 이르고 싶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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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돌아온 여행자의 조언
우리는 늘 여행을 꿈꾼다. 현실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 여행은 설렌다. 여행의 어원은 고난(Travail), 결국 집 떠나 하는 고생이지만 여행이 끝나 안온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다시 여행을 꿈꾼다. 그러기를 반복하며 질문 앞에 선다. 우리에게 여행은 뭘까. 여행에 대한 많은 글이 답했다. 정답은 없다. 여행하는 촬영 감독 박 로드리고 세희 작가가 내놓은 답은 ‘세상의 모든 경계를 넘나들며 지우는 일’이다. 그는 ‘여행하는 낱말’을 통해 "몸으로 국경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대륙의 경계를 지우는 것, 도시에 중첩돼 있는 시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일과 여행의 경계를 지우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론 삶과 여행 사이를 가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지워내는 것에 이르고 싶다"고 썼다.
‘여행하는 낱말’은 작가가 2013년 펴낸 ‘나는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 이후 10년 만에 선보인 책이다. 영화, 다큐멘터리, 미디어 아트, 국제평화운동, 그린피스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와 분야에서 촬영해온 작가에게 여행은 평생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친구다. 그가 ‘평생 여행하며 살고 싶다’고 한 건 세상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탐구하며 키운 시선으로 촬영하며 살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여행의 낱말’은 10년 동안 그 소망을 실천하며 산 기록이다. 그동안 세계 곳곳을 오가며 보고 느낀 것을 글과 사진으로 담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행하지 못한 기간에는 여행책을 읽었다. 그의 말을 빌자면 여행과 독서는 새로운 지식을 만나 새로운 삶의 태도를 만드는 것, 여행이 지속되는 만큼 여행자의 사유는 깊어졌다.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조심스럽게 "여행을 다녀오라"고 말할 수도 있게 됐다. 여행이 위로해 줄 것이고 용기를 북돋아 줄 것이라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겠지만, 작가가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위로와 용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행지의 다양한 문화를 몸으로 접하며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그는 고민의 결과로 한국은 ‘관용’과 ‘여유’가 부족한 사회였다고 썼다. 타인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관용과 삶에서 온전하게 누리는 여유가 없다는 것은 작가의 지적이 없어도, 우리가 바로 그렇게 살기에 안다. "미래에 여유를 가지기 위해 현재의 여유를 헌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라는 작가의 질문은 그런 우리를 깨운다.
관용과 여유를 찾기 위해, 다시 여행과 일상 사이의 경계를 지워야 한다는 작가의 말로 돌아온다. 여행이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썼다. 여행이 어디에서든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이 될 수 있기에 그는 이 책을 반려동물, 테라스, 창문, 연인, 커피, SNS, 성지순례, 소울푸드, 모국어와 같은 낱말로 채웠다. 10여 년 동안 유럽과 북미 대륙을 오가며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누구나 알고, 언제나 쓰는 스물여덟 개의 낱말 안에 차곡차곡 쟁였다. 또 여행지에서 이 평범한 낱말이 품은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삶은 여행’이라고 이상은은 노래했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일상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여행지에서 일상 속의 하루를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도인의 경지. 하지만 시작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작가는 "조금 적게 일하고, 적게 벌어도 괜찮으니 최선을 다해 더 길게 여행하고, 더 자주 여행하라"고 했다. 지금껏 여유가 없어 여행을 못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면, 지금이 바로 여유를 찾기 위해 여행 가방을 꾸릴 때다.
(여행하는 낱말/박 로드리고 세희 지음/곳간/1만9500원)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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