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존심 지킨 롯데…신세계 VS 신라, 면세점 2위 쟁탈전

이민지 2024. 1. 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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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명동 본점 매출'3조' 넘어서
신세계-신라, 11월까지 2000억 격차
중국인 없는 면세점, 전체 매출은 급감

롯데면세점이 명동 본점에서만 매출 3조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 의 자존심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철수하면서 유력한 매출 1위 후보로 꼽혔던 신라면세점은 신세계면세점에게 본점과 전체 매출 모두 따라 잡히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자존심 지킨 ‘롯데' …발목 잡힌 '신라'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에서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국내 면세점 점포별 매출 규모에서 롯데면세점이 2조7582억원을 벌어들이며 1위를 기록했다.12월 실적까지 더해질 경우 3조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초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하면서 시내면세점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상반기엔 따이궁(보따리상) 유치에 공을 들였고, 하반기엔 여행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개별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명동에 면세점 쇼룸 콘셉트의 LDF하우스를 열어 외국인 관광객 대상 체험형 콘텐츠를 제공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3조원대의 매출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며 “최근 내국인과 외국인들 위주로 사업 전략을 짠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 이어 신세계면세점 본점이 2조2097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2위에 올랐다. 신라면세점의 서울점은 2조1301억원으로 신세계면세점을 바짝 추격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그룹사별 매출도 롯데면세점이 매출 3조8900억원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신세계면세점은 2조8558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신라면세점(2조6639억원)과 현대백화점면세점(1조6639억원)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면세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면서 신라면세점 매출이 롯데를 넘어설지 여부였다. 하지만 오히려 신라면세점은 신세계면세점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2022년 매출의 경우 롯데면세점은 5조300억원, 신라면세점은 4조3263억원으로 두 기업의 매출 차이는 7000억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3조4386억원)과의 격차는 8900억원이었다.

올해 면세시장은 따이궁 수수료 감소(50%→30%)와 단체관광에서 개별여행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들도 기대만큼 한국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과거 필수 방문 코스였던 제주도로 가는 발길도 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라면세점의 경우 제주 공항면세점과 신제주 면세점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 두곳의 합산 매출액은 2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경쟁적으로 매출 경쟁이 이뤄졌으면 따이궁들에게 수수료를 더 주면서까지 영업했을 텐데 지금은 먹고 살기 어려워 그렇게 하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수수료가 줄면서 따이궁들도 돈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많이 이탈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면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면세사업자들의 총매출액은 12조4500억원으로, 2022년(17조원)보다도 역신장했다.

알맹이 사라진 면세업계…개별여행객·내국인 고객 확보 '사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면세점들은 매출로 기 싸움을 펼치기보다는 새로운 매출처를 찾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도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단기간 안에 중국 여행객을 끌어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달 중 중국 남방항공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개별 여행객 확보에 나선다. 올해 목표는 전년 대비 개별 여행객을 30% 늘리는 것이다. 지난달 신세계면세점은 홍콩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과 MOU를 체결하고 신세계면세점에서 쇼핑하면 캐세이퍼시픽 그룹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유화폐인 ‘아시아마일즈’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엔 중국 남방항공의 ‘스카이 펄 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제휴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한다. 두 회사는 지난해 스카이 펄 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쿠폰, 웰컴 기프트를 증정하는 프로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점 쇼룸 콘셉트의 'LDF하우스'를 추가로 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외국인 개별 여행객이 LDF하우스에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내국인 충성고객 확보에도 진심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초 ‘LDF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해 많이 사면 살수록 금액별로 사은품을 제공해 단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 내놓았다. 신라면세점은 최근 2030 여성고객들이 많이 사용하는 CJ원포인트와 제휴를 확대해 CJ원포인트로 쇼핑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엔 내국인 대상으로 가입이 자유로운 유료멤버십 ‘신라 앤 베이직’을 선보이기도 했다. 멤버십 가입비 이상의 혜택을 제공해 고객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것이 목표다.

얼마 전 입찰이 끝난 김포공항 면세점 주류·담배 부문(DF2 구역) 신규 사업자 선정에 기존 사업자인 신라면세점을 비롯해 DF1 구역을 맡은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모두 뛰어든 것도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포공항의 경우 임대료 산정방식이 기본임대료(3억원)+매출 연동형(30% 이상)으로 이뤄져 있어 사업자는 임대료를 내는데 큰 부담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그 해 매출이 줄면 전년보다 적게 임대료 내면 된다. 일본 여행객이 많아 해당 면세점을 이용할 고객들이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내국인과 외국인 개별 여행객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김포공항 면세점 사업권의 경우 사업자가 돈은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 들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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