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삶은 나와 사랑을 나눈 사람들의 총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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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의 유치원 방학을 맞아 우리 가족 셋은 롯데월드에 가기로 했다.
대신 아이를 위해 '신밧드의 모험' 하나를 같이 탔지만, 그조차도 무서워하자 우리는 어린이 놀이기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돌아온 나날들이 나를 위한 쾌락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간 공동의 기억 속에 사진처럼 자리 잡고 있을 때 나는 더욱 삶다운 삶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만 나는 살아갈수록 삶은 결국 '나와 사랑을 나눈 사람들의 총합'이라는 말을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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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주인공과 함께 그려가야
얼마 전 아이의 유치원 방학을 맞아 우리 가족 셋은 롯데월드에 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 그리운 환상의 세계로 10여년 만에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아이가 태어난 뒤로 처음은 물론이고, 우리는 연애 때도 롯데월드에 간 적이 없다. 각자가 서로에게 비밀인 추억을 안고서, 어느덧 셋이 되어 나란히 오게 된 것이었다. 이 공간에 ‘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아이라는 ‘타인’을 위해 온다는 게 어딘지 낯선 느낌도 들었다.
자유이용권을 끊었지만, 예전에 오면 반드시 탔던 롤러코스터 같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런 놀이기구는 하나도 타지 못했다. 대신 아이를 위해 ‘신밧드의 모험’ 하나를 같이 탔지만, 그조차도 무서워하자 우리는 어린이 놀이기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이는 회전목마 정도면 자기에게 딱 알맞은 스릴이라고 느끼는 듯했다. 우리는 어린이를 위해 마련된 기구들 주위를 배회하며 하루를 꼬박 보냈다. 점심도 아이가 먹기 좋은 한식 불고기를 골랐다.
롯데월드에 있던 학생들이나 청년들이 우리를 본다면 아마 조금은 불쌍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점심 하나 고를 때도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놀이기구도 마음대로 못 타고, 무엇이든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보면서 마냥 ‘부럽다’고 할 청년은 별로 없을 것이다. 셋이 된다는 것, 즉 함께 살아가면서도 누군가를 위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를 양보하고 욕망을 자제해야 하는 일이다. 요즘 그런 양보나 자제는 그저 불행하고 손해 보는, 어리석은 희생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가족을 이루고,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또 주위 사람들을 여럿 떠나보내거나 함께하기도 하면서 배우는 것은 그와 다소 다른 면이 있다. 내가 나의 욕망이나 쾌락에만 고도로 몰입하면서 얻는 것 못지않게, 나를 희석하고 뒤로 물리면서 얻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간다. 내가 혼자 놀이동산에서 가서 먹고 싶은 것 실컷 먹고 타고 싶은 것을 전부 다 타면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배워가는 삶은 진정한 행복이 그와 다른 것이라 속삭인다.
오히려 행복은 내가 나를 조금 양보하면서 그 빈 공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내어줄 때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로 실현되는 듯하다. 달려오는 아이를 들어 올려 안고 볼을 비비며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것이 내가 나를 내어준 만큼의 행복이라는 걸 확실히 느낀다. 셋이서 나란히 손을 잡고, 놀이동산을 누비면서 천장의 열기구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소리칠 때 내가 나보다 더 큰 기쁨에 속해 있다는 걸 깨닫는다. 돌아온 나날들이 나를 위한 쾌락들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나간 공동의 기억 속에 사진처럼 자리 잡고 있을 때 나는 더욱 삶다운 삶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삶의 방식이야 저마다 다채로운 것이니, 어느 삶이 딱 잘라 정답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살아갈수록 삶은 결국 ‘나와 사랑을 나눈 사람들의 총합’이라는 말을 믿게 된다. 어떤 시절에 나는 삶의 주인공은 나이고,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을 여행하는 게 인생이라 믿었다. 그러나 요즘에 나는 삶이라는 이야기 공간에 여러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를 써나간다고 느낀다.
내 삶의 주연은 나만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나와 깊이 관계를 맺는 여러 사람 또한 이 삶의 주연들이다. 나는 단수로서의 삶이 아니라, 복수의 삶을 사는 것이다. 삶이 곧 관계라는 것을, 진정한 관계를 내 삶에 들이는 만큼 나는 더 삶에 깊이 속하게 된다는 것을 진정으로 믿게 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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