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헌법 위의 서울시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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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청은 지난 8일, 서대문구청은 지난 13일 진보당 현수막을 철거했다.
"현수막 내용은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은데." 정작 조례를 대표 발의한 당사자인 국민의힘 소속 허훈 서울시의원에게 현수막을 철거한 것에 관해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 25개 구에 동일한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있는 2개 구에서만 강제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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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청은 지난 8일, 서대문구청은 지난 13일 진보당 현수막을 철거했다. 김건희 여사의 실명을 표시해 비방·모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철거한 현수막에는 ‘김건희를 즉각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행정 집행 근거는 서울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진흥에 관한 조례다.
“현수막 내용은 크게 문제 될 것 같지 않은데….” 정작 조례를 대표 발의한 당사자인 국민의힘 소속 허훈 서울시의원에게 현수막을 철거한 것에 관해 묻자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자신의 입법 취지는 “모든 공인의 실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방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제의 의미이지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닌 셈이다.
결국 입법 취지에 맞지 않은 행정조치가 이뤄진 건 조례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벌어진 촌극이다.
해당 조례는 형법 제309조(명예훼손)·제311조(모욕)에 따라 정당 현수막에 특정인 실명을 표시 비방하거나 모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공적 인물과 공적 사안은 달라야 하며, 감시·비판·견제 내용은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다는 명예훼손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대부분의 사람이 무죄를 선고받은 이유다. 해당 조례가 형법에 근거한다는 소리를 듣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조차 “네? 현수막 내용이 명예훼손이어서 철거를 한다고요?”라며 황당해했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라는 옛말이 있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때와 장소를 가려 행동하라는 의미다. 오는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이다. 서울 25개 구에 동일한 현수막이 걸려있지만,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 있는 2개 구에서만 강제 철거됐다.
조례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면 명확하게 정비해서 헌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바로잡는 게 마땅하지 않겠는가.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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