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0% 자르면서... 대책 없는 TBS 경영진

신상호 2024. 1. 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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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익 TBS 대표 등 정작 서울시의회 소통은 외면... 직원들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신상호 기자]

 정태익 TBS 대표이사가 지난해 6월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공개홀에서 정치 편향 논란을 사과하고 공정성 강화를 위해 임직원의 부당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등 정치 중립성을 강화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6.12
ⓒ 연합뉴스
 
재정난에 봉착한 TBS가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정태익 TBS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오는 6월 서울시 재정지원이 끊기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서울시의회 등과 소통은 외면하고 직원 희생만 강요한다는 비판이다.

현재 TBS는 1~19년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조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TBS 경영진이 제시한 희망퇴직 인원은 지난해 12월 기준 TBS 직원(292명)의 40% 수준인 112명이다. TBS는 18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오는 24일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영진, 서울시 예산 삭감에 대규모 희망퇴직 압박

TBS 회사 측은 지난 16일 공지문을 내고,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거듭 종용했다. 사측은 "떠나는 직원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붙잡을 여력이 없다"며 "이번 조기 희망퇴직 신청이 목표 인원에 미달할 경우 계속 수당을 지급하며 희망퇴직 접수를 이어갈 것이라는 약속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사측은 또 "최악의 상황도 고려해달라, 남은 직원들에게도 허락된 시간이 길지 않다"고도 했다. 희망퇴직 인원이 목표치에 달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조조정도 하겠다는 협박에 가까운 내용이다. 경영진 측은 이런 입장문을 내면서 TBS 부서장에게조차 미리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TBS는 지난해 말 희망 퇴직을 실시해, 구성원 38명이 회사를 떠났다. 그럼에도 사측은 지난해보다 규모를 늘려 희망퇴직을 강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인건비가 삭감돼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TBS 지원폐지 조례 시행을 올해 6월까지 5개월 유예하고, 출연금 92억여 원을 편성했다. 이중 인건비는 72억여 원으로, TBS 구성원 180명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112명 희망퇴직도 출연금 규모에 맞추기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TBS 안팎에서는 정태익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근본적인 위기 대응책은 내놓지 않고 자리만 지킨 채, 직원 퇴직만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서울시 재정 지원도 오는 6월로 종료되는 상황에서 TBS가 생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서울시의회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수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이 문제(TBS 재정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서울시의회의 입장이 상당히 강경했고,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정태익 대표 등 TBS 경영진들은 현재까지도 시의회와 소통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게 TBS 안팎의 평가다. 특히 정태익 대표의 경우, 지난해 6월 서울시의회 상임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여 불필요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경영진 소통 의지 없어"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TBS 재정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의회와 TBS 측은 현재도 별다른 접촉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의원들 모두 TBS를 바라보는 시각은 냉담했다. TBS 측에서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으니, 시의회도 움직이기 어렵다는 것.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A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TBS에서 경영과 관련해 안건을 들고 오면 협의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TBS 측에서 어떤 제안이나 대화 요청도 오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했다. 같은 당 소속 B 의원은 "6월이 되면 서울시 재정 지원은 중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 소속 C 의원도 "TBS가 생존 방안을 모색하면서도 시의회와 소통할 창구는 마련하지 않고 내부에서만 논의하는 것 같다"면서 "그렇게 경영진이 자기들끼리 방안을 만들어본들, 과연 시의회에서 받아주겠느냐"고 말했다.
 
 TBS 카메라 기자가 지난 2022년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직원들 "경영진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 

TBS 경영진은 희망퇴직 후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와 관련해 직원들에게조차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적이 없어, 실행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오마이뉴스>와 접촉한 다수의 TBS 직원도 정태익 대표 등 현 경영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직원은 "직원들이 뭔가를 해보려고 해도, 경영진 차원에서 정리해서 움직여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어 직원들만 조급한 상황"이라며 "경영진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송지연 전국언론노조 TBS 지부장은 "현재 상황을 보면 TBS 경영진이 시의회 쪽과는 더 이상 소통할 여지가 없다는 건 거듭 확인되고 있고, 그래서 직원들도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사측이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 TBS가 살아나긴 어렵다고 생각하고, 민영화 역시 반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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