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살해한 日 '특정소년'…1호 실명공개 이어 1호 사형선고 기록

'특정 소년' 사형 선고된 첫 번째 사건
재판장 "포기하지 말라" 피고에 말해

우리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정 모습 [사진출처=일본최고재판소 홈페이지]

10대였을 때 자기가 호의를 품고 있던 여성의 부모를 살해하고 주택까지 방화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현지 재판부는 피의자에게 "갱생의 여지가 없다"며 이례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일본 NHK 를 비롯한 매체들은 18일(현지시간) 고후 지방재판소가 살인, 방화 혐의로 기소된 엔도 유키(21)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피고는 19세였던 2021년 당시 자기가 일방적으로 호의를 품고 있던 여성의 집에 침입, 50대 부모를 흉기로 살해하고 주택을 전소한 혐의를 받는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피고의 '책임 능력'이었다. 피고가 저지른 범죄는 극악무도했지만, 범행 당시 피고는 아직 미성년자였다. 재판에서 일본 검찰은 피고에 온전한 책임 능력이 있었다고 보고 사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피고의 변호인 측은 피고가 범행 당시 심신이 미약한 상태였으며, 책임 능력이 현저히 감퇴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검사의 구형을 그대로 따랐다. 재판부는 "악질적이고 견고한 살의에 근거한 냉혹한 범행"이라며 "충분히 계획성이 있었으며, 동기도 자기중심적이고 불합리하다. 유족을 향한 진지한 사죄도 없었다"라며 "19세라는 연령을 최대한 고려해도 형사책임의 중대성이 크고 갱생의 가능성은 작다. 사형을 회피할 사정이 되지 않는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의 판시를 들은 피고는 크게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장은 마지막 순간 "생각을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피고를 향해 뚜렷하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도 유키는 일본 소년법 개정 이후 여러 기록을 쓰게 됐다. 일본은 지난해 소년법을 개정한 이후 18세, 19세 미성년자를 '특정 소년'으로 규정한다. 특정소년이 범죄를 저질러 기소되면 성인처럼 실명과 얼굴이 가능하도록 했다. 엔도 유키는 지난해 특정소년으로 처음 실명이 공개됐고 처음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일본에선 미성년자에 사형이 선고된 사례가 여러 번 있다. 1992년 시민 4명을 살해한 19세 사형수 나가야마 노리오, 1999년 남성 4명을 잔혹하게 폭행하고 살해한 18~19세 3인조 등이다.

다만 이번 재판은 1심 재판이었다. 피고의 변호를 맡은 후지마키 슌이치 변호사는 공판 이후 NHK와 인터뷰에서 "이쪽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매우 유감"이라며 "항소 여부는 피고와 협의하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