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변태’를 거친 뱀… 지구 동물 80%가 변태 통해 성장
설화에 따라서는 이무기를 저주받아 용이 되지 못하고 물속에 사는 오래된 큰 구렁이로 묘사하기도 한다. 내친김에 이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용은 ‘변태(變態)’를 거친 뱀이다. 공교롭게도 비정상 성욕으로 인한 행위 또는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일상어로 흔히 쓰이고 있어서 자칫 오해하기 쉬우나, 생물학에서는 동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급격하게 일어나는 탈바꿈을 변태라고 칭한다. 사실을 말하자면, 지구에 사는 동물 가운데 80% 이상이 변태를 통해 성장한다.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를 제외한 대부분 동물류에서 변태가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곤충은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유충)로 살다가 생식 능력이 있는 어른벌레(성충)가 되는 일련의 과정, 곧 ‘한살이’를 한다. 곤충의 탈바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애벌레에서 어른벌레가 되는 과정에 나비처럼 번데기 시기를 거치면 완전변태이고 매미처럼 그렇지 않으면 불완전변태이다. 물고기 중에도 유생과 성체 모습이 다른 게 많다. 일례로 우리가 잘 아는 넙치(광어)나 가자미는 어린 시절에는 여느 물고기 모양이다가 자라면서 점차 눈이 몸 옆으로 이동해서 결국 두 눈이 한쪽에 몰리게 된다.
양서류 유생은 주로 올챙이 형태인데, 이들에게 변태는 물에서 뭍으로 생활 터전을 확장하는 데 필수적이다.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쏙 팔딱팔딱 개구리 됐네”라는 유명한 동요 노랫말처럼 개구리로 탈바꿈하면 거의 모든 기관이 변형되어 올챙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사지 형성과 꼬리 퇴화에 더해 턱이 생겨나고 혀가 발달해 곤충 사냥에 적합해진다. 몸속 변화도 만만치 않다. 물풀을 먹던 올챙이 시절의 긴 창자는 짧아져 육식을 즐기는 개구리 식성에 적합해진다. 이제 개구리는 올챙이와는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간다. 바꾸어 말해서 먹이 따위를 두고 서로 경쟁할 일이 없다. 사실 변태를 거치는 모든 동물은 가용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그만큼 생존과 번식 기회가 늘어난다.
뱀은 파충류의 일원이다. 그런데 파충류에서는 아직 변태가 보고된 바 없다. 그러므로 용은 변태하는 최초의 파충류가 되는 셈이다. 어쩌면 양서류일 수도 있겠다. 신년 벽두부터 괜스레 실없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마침 용의 해를 맞아 구전되는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재미있게 생물학 공부를 해보려는 의도이다. 천재의 대명사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중요한 건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국어사전에서는 상상력을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생물학 지식을 토대로 특정 현상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것을 과학적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새로운 다른 생각이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각을 심화시키거나 완성하거나 아니면 바꾸어 놓는다. 최근 반세기 동안 인류가 새롭게 접하게 된 정보들의 양이 인류 문명의 역사 시작부터 그 이전까지 알고 있었던 정보량보다도 더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넘치는 정보를 꿰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곧 창의력 또는 상상력일 터이다. 이건 이를테면 유연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힘에서 맺어지는 열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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