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요? 반려견도 도파민에 중독된다는 사실

최민혁 2024. 1. 1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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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개에 대한 이야기] 행복 찾다 불행해지기도 하는 반려견들, 당신의 개는 어떤가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반려견 훈련사로서 가장 큰 깨달음은 훈련 기술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에 있었습니다. 보호자와 반려견, 가까이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진짜 그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자말>

[최민혁 기자]

"어떻게든 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봐봐요, 너무 행복해 보이지 않나요?" 

언제부턴가 사람이든 반려견이든 행복이란 단어를 과사용, 과몰입한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SNS에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드러나있다. SNS에 개에 대한 콘텐츠를 가만히 살펴보다 보면, 압도적으로 보호자들에게 다수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은 개가 행복해하는 모습들이다. 사람들은 개가 행복해하는 것을 최대한 해주고 싶어 한다. 

나 또한 훈련사이기 이전에 보호자로서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지금도 하고 있기에 충분히 이해하는 생각들이다. 삶을 불행하려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개들에게 행복만을 강조하다보면 애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오히려 우울, 불안과도 손을 잡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부터 그 이야기, 행복의 이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 원반 놀이하는 나와 보더콜리 놀이를 좋아하는 개들일수록 놀이의 즐거움을 넘어 여기에 중독이나 집착이 생길 수 있다. 보호자와 규칙이 있는 놀이를 해주는것이 좋다.
ⓒ 최민혁
 
개들도 중독된다

인간과 개의 뇌에는 둘 다 도파민이라고 하는 신경물질이 나온다.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행복, 쾌락, 동기유발에 관여하는 대표적 호르몬이다. 좋아 보이기만 하는 이 도파민은 그러나 최근 현대인들이 여기에 과다노출, 중독이 되면서 그 부정적인 면을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다.

이를테면, 30초 미만의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을 보면서 사람의 뇌는 끊임없이 도파민의 자극을 받는다. 거기에 중독된 결과 끝도 없이 핸드폰을 하며 그런 자극만을 찾게 되고, 뇌는 이미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낄 줄 모르게 된다. 신기하게도 뇌는 항상 '균형'을 유지하려고 해서, 도파민이 치솟은 만큼 그것을 내리려고 시도한다. 

즉, 행복 뒤에 우울감이 따라오는 것이다. 항상 행복할 것 같은 슈퍼스타들이 무대나 경기 뒤에 우울감이 찾아온다는 것도 이러한 원리라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개의 뇌의 구조에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 유사하다는 것. 개는 통상 보호자를 닮는다고 했던가? 최근엔 개들도 도파민에 중독된 듯한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 

예시로, 보호자가 끝도 없이 장난감으로 놀아준다든지, 무조건 다른 개나 사람을 보면 인사를 시켜줘야 한다든지, 산책을 나가면 아무런 규칙 없이 반려견에게 어디론가 정신없이 끌려가는 것. 보호자가 반려견에게 다 맞춰주는 것들이다. 이 결과 그 순간에는 개들이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쳐지면서 개들이 그것만 요구한다든지, 그것을 하지 않을 땐 우울해하는 듯한 모습도 나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을 받았던 한 보더콜리 보호자님은 '얘는 원반 놀이할 때 외에는 항상 생기를 잃은 모습이에요'라는 고민을 내게 토로하신 적이 있다. 이 개는 산책에 나가서도 오로지 원반 할 수 있는 장소로만 줄을 온 힘을 다해 주인에게 끌고, 원반의 종료도 주인이 끝내지 않으면 다리 근육의 경련이 일어날 때까지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친구는 그 뒤로 원반 놀이를 전보다 줄이고, 다른 것에 재미를 조금씩 깨닫게 하는 교육을 했다. 방법은 다른 행동이었다. 바로, 원반이 아니라 보호자에게 집중하는 교육을 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반려견이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산책 가는 길 현수막이나 버스를 보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 개는 그전까지는 그런 게 안 보였을 정도로 오로지 '원반'만 머릿속에 가득했던 것이다. 보더콜리뿐이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개들이 이렇다.

보호자에게 집중하는 교육을 꾸준히 하면서 이 보더콜리는 평소 생활의 모습도 좋아졌다. 보호자는 분명 반려견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들인데, 의도와 결과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 행복해보이는 반려견 모습 모든 보호자들이 원하는 건 반려견들의 행복한 표정 아닐까
ⓒ 최민혁
 
생활에서 보호자와 교감하는 행복도를 높이거나 산책 나가서 보호자와 함께 하는 다양한 경험을 늘리는 것이 아닌, 오로지 외부의 중독과 쾌락을 이끌어내는 것에 개들이 중독이 되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게임이 아니면 더 이상 뇌에 도파민이 나오지 않는듯 느끼는 아이로 양육하고 있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경우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견에게 요즘 산책이 부족해서 그런가?'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실은 더 많다. 대부분 뇌에서 강한 자극을 원하도록 바뀐 것이다.

간식으로 소고기? 항상 풍족하면 행복할까

언젠가 교육을 갔을 때 일이다. 보호자님께 평소 잘 먹는 간식을 준비해 달라고 하여, 간식 준비해 주신 걸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주방으로 가시더니 소고기를 굽기 시작하셨다. 처음엔 장난인가 했는데, 소고기도 어느 등급 이상 아니면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 개가 좋아한다면야 이런 것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이미 그 과정에서 그 개는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을 꽤 많이 잃어버린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농담 삼아하는 말로 '밥의 민족'이다. 좋은 사람과 밥을 먹고 싶고, 할머님 댁에 가면 밥을 산처럼 쌓아주시는 등 밥으로 정을 나눈다. 맛있어하고 좋아하는 것을 상대에게 가득 채워주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사료를 먹기 싫어하고 간식만 좋아하면 그것만 주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순간 행복이 되지 않는다. '어쨌든 얘가 좋아하는 거잖아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햄버거, 피자, 콜라만 좋아하는 아이가 그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만 사다주는 것이 좋은 부모라고 할 수 없다는 얘기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 아이가 그 음식에 무뎌지면 행복도 덜 느낄 것이란 사실도 말이다. 

사소한 것에 움직이기 싫어하고, 쉽게 짜증 내고, 우울하고, 나중엔 1등급 한우 간식에마저도 반응이 그저 그런 개가 되어가는 것이다. 정신뿐만 아니라 몸도 비만이 되어 무너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고.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로만 정의되진 않는다. 서로가 아껴주고 따뜻해지는 사랑도 있지만, 내 위주로 상대를 쫓아다니면서도 누군가는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개를 사랑한다고 하지만, 사실 건강한 사랑이 아닌 경우도 많다. 개들을 아끼는 마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가 불안해질 수 있는 사랑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의 개들이 소위 말하는 행동 문제가 많아지는 이유의 첫 번째는 대부분이 보호자의 과잉 애정, 과잉 보호다. 반려견을 자꾸 보호자 품에만 두려고 하고 보호자로서 중심이나 원칙이 없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이런 보호자의 개들은 불안해지거나 불안함을 느끼기 쉽다. 

많은 개들이 느끼기에 특히 도시의 여러 환경들은 '자극'이다. 항상 퍼주는 사랑만 하는 보호자에게서, 개가 다른 온갖 자극으로부터 자신이 안정되게 지켜질 것 같은 안전함을 느끼긴 어렵다. 즉 보호자 본인은 사랑해서 준 것이지만, 개들은 반대로 느낄 수 있다. 자신이 항상 더 집을 지키고 있어야 할 것 같고, 근처로 오면 질투를 하고 화를 내야 할 것 같은, 즉 불안과 짜증이 삶의 태도인 개로 변해갈 수 있는 것이다.
 
▲ 몽골의 원시견 방카르와 아이 2023년 8월, 직접 몽골의 원시견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만난 모습. 물질의 풍요로움이나 애정의 빈도는 현대 사회의 그것보다 훨씬 낮아 보였지만, 너무나 행복해보였다.
ⓒ 본인
     
결국 개를 행복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보호자가 개를 행복하게 해 주려고 지나치게 안간힘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이것은 인간이나 개, 심지어 쥐에게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1963년, 칼훈 박사는 쥐 유토피아 실험이란 명목으로 '유니버스 25 프로젝트' 실험을 진행했다. 넓은 곳에 쥐의 천적은 없고 먹이는 풍부하게 무한정 제공되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 만든 '낙원'에서는 약 3840마리가 이론상으로 행복하게 번식되어 거대한 세상이 되는 게 잠정적인 실험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쥐들은 오히려 쉽게 짜증 내고 싸우기 시작했다. 

개체 수는 절반 정도만 번식되고, 결국 낙원은 몰락해 버렸다. 무엇인가를 다 넘치게 소유하는 것만이 행복한 것일까? 철학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이미 그렇지 않다는 게 여러번 입증됐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개들에게 무언가를 채워준다. 행복에 갈증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것은 내 행복이지 개의 행복이 아닐 수도 있다. 내 개를 행복하게 하고 싶다면, 적절한 규칙과 균형이 중요하다. '과유불급'이라는 선조들의 말은 개와 보호자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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