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영, 매각한다던 골프장 운용사에‥'무늬만 매각 파킹거래' 의혹

임정수 2024. 1. 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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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상주 블루원CC 2600억에 매각 후 재임차
인수펀드 보통주 100%에 재투자…경영권 그대로 유지
골프장 되사오기로 하는 ‘우선매수권’도 보유
채권단 "매각같은 매각아닌 담보대출" 비판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조건으로 매각하기로 한 골프장 2곳을 마크자산운용이 설정하는 펀드에 매각한다. 매각 후에도 태영 측이 골프장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향후 골프장을 되사오기로 하는 '콜옵션'까지 보유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매각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골프장 담보대출' 또는 무늬만 매각인 일종의 '파킹거래'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결정된 다음날인 12일 태영건설 본사 사옥에 사람들이 출입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마크자산운용 펀드에 2600억원에 매각…골프장 소유권·운영권 그대로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 계열사인 블루원은 마크자산운용이 설정하는 사모펀드에 블루원 용인CC와 상주CC를 일괄 매각하기로 했다. 골프장 2곳의 매각 가격은 2600억원 내외로 알려졌다. 매각 후 블루원이 골프장을 재임차(세일 앤드 리스 백)해 사용하는 구조다.

인수 자금은 마크자산운용이 담보대출과 주식 발행으로 조달한다. 골프장을 담보로 182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고, 350억원의 우선주와 400억원의 보통주를 발행해 인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마크자산운용은 자금 조달을 위해 여러 기관투자가에 투자설명서(IM)를 배포했다.

그런데 골프장 매각 당사자인 블루원이 펀드 보통주에 400억원을 재투자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와 펀드에 담긴 골프장 소유권과 경영권을 블루원이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또 펀드 만기에는 블루원이 골프장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권(콜옵션)도 갖고 있다.

채권단은 이번 거래가 매각이 아닌 '파킹거래'라고 지적한다. 파킹은 기업 경영권을 매각하는 것처럼 위장하고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찾아오는 계약을 뜻한다. 겉모습은 매각이지만 매각 구조에서 골프장 매각 의사가 없음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태영이 골프장 2곳을 실제로 매각(진성매각)하면 펀드에 넘기는 것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태영그룹이 400억원을 보통주에 재투자하지 않아도 돼 훨씬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거래는 매각이라기보다는 골프장 담보대출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태영그룹이 골프장 매각 대상자로 마크자산운용을 선정한 것도 파킹거래를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파킹 방식의 매각 구조를 짜고 소형 증권사의 펀드 하나를 빌려 일단 급한 자금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채권단, 태영그룹 자구책 성실이행 의지 ‘의심’

이 때문에 채권단 내에서는 태영그룹이 자구계획을 진정성 있게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개시 과정에서 알짜 자산인 골프장 3곳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환경기업 '에코비트' 매각, SBS 지분 담보대출 등으로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고 한 바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자구계획 이행 초기부터 파킹거래로 의심을 사면 복잡한 이해관계가 엮인 에코비트 매각이나 SBS 지분 담보대출 같은 거래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느냐"라고 이번 거래에 불만을 제기했다.

블루원이 골프장을 담보로 빌린 자금이 태영건설 지원에 온전히 사용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이 TY홀딩스 지원 등에 사용된 것처럼 이번 골프장 담보대출 건도 조달한 자금이 모두 태영건설 지원에 사용될지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태영그룹이 자구계획 이행에 대한 채권단 내 의심이 쌓이면 워크아웃이 중단될 위험이 그만큼 커진다"면서 "말보다는 진정성 있는 자구안 실행으로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채권단 자구계획에서 밝힌 골프장 현금화 방법 중 한 가지 방법으로 부동산펀드에 자산유동화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태영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6개월 이상 걸리는 매각을 택하지 않고 2개월에 끝낼 수 있는 유동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또 "콜옵션이 있어야 투자자 유치가 가능하다"면서 "파킹거래가 목적이 아니며 어떤 형태로든 자금이 들어오면 태영건설에 전액 지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KDB산업은행은 조만간 태영건설에 자산·부채 실사를 담당할 회계법인 선정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3개월간의 실사 과정에서 기업개선 계획이 수립되면 오는 4월10일 2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결의 절차를 진행한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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