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 뮤지컬 여제 옥주현의 21세기 댄버스

2024. 1.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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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배우, 옥주현이 되새기는 뮤지컬 <레베카> 10주년의 의미.
데님 드레스 3백77만원 모스키노. 귀고리 가격미정 타사키. 로퍼 1백40만원 토즈.

Q : 〈레베카〉의 ‘댄버스’와 함께한 지도 벌써 10년이에요. 2013년의 ‘옥댄’과 비교하면 뭐가 가장 달라졌나요?

A : 두려움이 커졌어요. 관객분들이 〈레베카〉에 대한 사랑을 크게 보내주실수록 더 그런 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댄버스 역할을 하는 다른 배우분들도 다 같은 마음이더라고요. 관객분들께서는 그저 가만히 앉아 계시지만 배우분들은 막중한 책임감과 무게가 느껴진다고 이야기해요. 〈레베카〉를 보러 오신 관객 모두의 강력한 힘이죠.

Q : ‘옥댄’이 10년 동안 사랑한 ‘레베카’는 어떤 모습일 것 같나요?

A : 레베카에 대한 무성한 소문에서 답을 찾으실 수 있어요. 특히 앙상블이 ‘나’라는 인물에 대해 합창하며 이야기하는 신이 있어요. ‘막심’이 레베카와 비슷한 스타일의 새 안주인을 데려왔을 거라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나’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죠. 그 외에 레베카를 묘사하는 앙상블의 합창, 댄버스의 노랫말 등에서 유추할 수 있죠. 여러분이 보셨던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그림체로 상상하시면 더 가깝게 유추하실 수 있습니다.(웃음)

시퀸 드레스 1백60만원 코치. 귀고리 가격미정 스티븐 웹스터.

Q :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듣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제가 상상한 레베카와 너무 다르면 환상이 깨지니까요.(웃음)

A : 해답을 주지 않는 것이 〈레베카〉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기도 해요. 극 자체가 미스터리 스릴러다 보니 N차 관람 시 훨씬 재밌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레베카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처음 볼 때는 놓쳤던 장면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도 있어요. 그러니 〈레베카〉를 보러 올 때는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오시면 됩니다. 한 번에 다 캐실 순 없을 테니 N차 관람을 추천해요.(웃음)

Q : 관객은 왜 옥주현의 〈레베카〉를 좋아할까요?

A : 제가 직접 그 답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와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각각 다른 날 저에게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주현 너는 정말 안됐다, 객석에서 옥주현의 〈레베카〉를 볼 수 없으니까”라고. 정말 극찬이라 감사하죠.(웃음) 당시에는 ‘내가 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러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어요.

재킷 5백95만원, 목걸이 2백56만원, 실크 새틴 장갑 53만원 모두 돌체앤가바나. 반지 (왼쪽부터)1천만원대, 2천만원대 모두 쇼메.

Q : 댄버스를 열연하며 수식어도 많이 생겼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뭔가요?

A : 가장 끌리는 건 ‘믿보배’?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딱 제가 추구하는 바예요. 저는 사실 ‘난 뭐든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나를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려고 하죠. 그래서 제안받은 캐릭터와 매칭이 안 된다고 생각되면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과감하게 포기해요. 사람들이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나를 봤을 때 ‘믿고 보길 잘했어’라고 생각할까란 지점을 가장 많이 고민해요.

Q : 그 신념 때문인가요? 10년 만에 참여하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선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아닌 혁명가 ‘마그리드’로 돌아오죠. 다른 배역으로 극에 참여하는 소감도 궁금합니다.

A : 사실 마리 앙투아네트로 돌아와달라는 제안을 수도 없이 받았는데, 더 이상 제가 잘 입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 같았어요. 마리 앙투아네트의 배경이나 성향이 지금의 저와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물론 예전의 저랑은 어울렸었죠. 지금은 마리 앙투아네트 특유의 해맑음, 영락없는 막내 공주님 같은 모습보다는 혁명가 마그리드 아르노로 참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초연을 하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마리 앙투아네트로 열연한 김소향 배우가 너무나 작품을 잘 일궈왔더라고요. 워낙 설계적이고 캐릭터 디자인을 잘하는 멋진 배우예요. 그런 배우와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김소향 배우가 다져온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성에 저를 입장시켜준 것이 감사하죠.(웃음)

드레스 가격미정 블루마린. 반지 (오른손)5백30만원, (왼손, 왼쪽부터) 가격미정, 7백50만원 모두 스티븐 웹스터. 니하이 부츠 14만9천원 찰스앤키스.

Q : 두 분의 케미스트리를 확인하러 꼭 공연을 보러 가야겠네요.(웃음) 댄버스와 옥주현은 얼마나 비슷한가요?

A : ‘집착’이라는 키워드가 일치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지금까지 이 직업을 연명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호기심에 대한 집착이거든요.(웃음) 제가 평소에는 정리 정돈을 잘 못하는 편이에요.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에 늘 쓰여 있던 말이 “주위가 산만하며”였거든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달라요. 라디오 DJ를 4년 넘게 진행한 것도 그렇고, 이렇게 오랫동안 뮤지컬을 하는 것도 그렇고요.

Q : 이 일을 정말 사랑한다는 게 느껴져요. 옥주현에게 뮤지컬은 어떤 의미인가요?

A :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예요.(웃음) 저에게 뮤지컬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시간을 선물받는 것.

Q : 관객 입장에서 저도 그랬어요. 옥주현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A : 어우, 정말요?(웃음) 저에게는 눈물 나게 감사한 일이네요. 천 명 이상의 사람이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오셨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큰 감동이죠.

셔츠 1백70만원대, 롱스커트 1백20만원대 모두 토즈. 목걸이, 팔찌, 반지 모두 가격미정 다미아니. 슈즈 1백36만원 로로피아나.

Q : 10년 넘게 늘 전성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2024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나요?

A : 가장 듣기 좋은 말이 그거예요. ‘여전하다’.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죠. 올해도 그 여전함을 위해 계속 저 자신을 돌봐야겠죠. 에너지가 늘 장전이 돼 있어야 여전할 수 있는 거잖아요.

Q : 절대 잊지 못하는 무대가 있다면요?

A : 거의 모든 무대. 저에게는 전부 생생해요. 유난히 건조했던 날, 기침하는 사람이 유독 많았던 날, 지연 관객이 많았던 날, 환호성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던 날 등등 생생하게 다 기억이 나요.

니트 터틀넥, 니트 팬츠, 골드 체인 벨트 모두 가격미정 발리. 반지 (오른손, 왼쪽부터)2백60만원, 1백82만원, (왼손)2백99만원 모두 불가리.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 뮤지컬 배우 외에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또 있나요?

A : 만약 제가 농부가 되고 싶다면 그건 도전이겠죠? 전혀 다른 분야니까요. ‘도전’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정도로 하고 싶은 ‘의외의 장르’는 생각나지 않네요. 대신 제가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일은 다양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후배를 양성한다거나 뮤지컬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 제가 배운 것들을 나눠주는 일들이요. 그 밖에 자기 관리를 하며 열심히 일하는 여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싶어요.

Q : 어떤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어요?

A : 롤모델이 있다면 윤여정 선생님이에요. 함께 작업을 해본 적은 없지만 작품이나 인터뷰를 볼 때마다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분은 어떤 시간을 보낸 사람일까? 감히 짐작할 수는 없겠지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았을 것 같거든요. 그런 배우,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메릴 스트립! 어떻게 보면 배우는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대본에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어렴풋이 나와 있으니 나머지를 묘사해내는 건 배우의 몫이죠. 메릴 스트립의 연기를 보면 유럽에 있는 석상 같아요. 돌로 비단을 표현한. 저도 그런 정교함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다듬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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