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 - 일본 증시 [글로벌 시황&이슈]
[한국경제TV 김채은 PD]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잃어버린 30년. 1980년대 이후 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 경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일본은 1990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한 이후 인구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오랜 시간 동안 경제력이 취약해졌는데요. 최근 들어 니케이 지수가 버블 붕괴 이전 수준으로 부활하면서 일본이 지긋지긋했던 불황의 고리를 끊어내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일본 증시 흐름부터 짚어보겠습니다. 1985년 미국 정부가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달러 가치를 강제로 내리는 ‘플라자 합의’를 일본과 맺었습니다. 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수출 부진을 만회하고 내수 부양을 위해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펼치는데요. 이때부터 일본의 버블 경제가 시작됐습니다. 저금리로 사람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자 1989년 니케이지수는 지금도 깨지지 않은 최고점을 기록했고, 또 동시에 저금리로 인한 부채 비율도 심각해졌습니다. 1990년 부동산 대출 총량 규제 시행과 함께 일본은 정책 금리를 인상했고, 거품이 꼈던 일본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17일, 일본 증시의 강세가 이어지면서 니케이 225 지수는 장중 3만 6천선을 살짝 넘겼다가 상승분을 반납하며 3만 5천선에 마감했습니다. 무려 33년하고도 11개월 만에 최고가인데요.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진행한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일본을 아시아에서의 ‘선호시장’으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제프리스의 분석가 아툴 고얄도 “일본이 황금시대에 진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도쿄 증권거래소 자료를 인용해서, 지난 한 주 동안 일본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약 65억 달러로,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고 분석했는데요.
실제로 일본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 추이를 보면, 2000년대부터 2021년까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일본 은행의 물가 전망을 살펴보면, 2024년에는 2.8%, 그리고 2025년에는 1.7%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시장이 이에 환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요. 또, 일본 정부가 경제 부양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그런 기조에 따라 앞으로 일본 GDP가 계속 완만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해왔죠. 코로나19 이후에도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않은 반면, 세계 주요국들은 긴축 재정에 돌입하면서 엔저 현상이 가시화됐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2엔 턱밑까지 오르면서 엔화 가치가 33년 만에 최저로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인플레이션과 노동 임금 상승 뿐 아니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와 엔저 현상, 그리고 상장 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주주 친화적인 태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본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키웠다고 진단했습니다.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세웨이도 2020년 8월부터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지분율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이처럼 낮은 금리와 엔저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영향을 줬습니다.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을 상대적으로 좋게 만드는데요. 일본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기계 등의 수출에서도 수익성이 개선됐고요. 게다가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반사 효과가 일본 경제 회복을 주도한 측면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TSMC나 마이크론, 삼성전자 등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투자를 이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언젠가 엔화가 재평가된다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가격도 달러화 표시로는 오를 테니 그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도 일본 증시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 지난 12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순매수한 금액은 74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달 전체 순매수 액의 9배 수준입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4월부터 일본 주식 순매수를 늘리다가 역대급 엔화 약세로 이른바 ‘엔테크’ 열풍이 고조된 7월에는 순매수액이 2033억원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는 80억 원 대로 줄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 전망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에 일본은행은 새해 첫 기준금리를 발표합니다. 작년 말 우에다 총재는 “일본은행의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 가능성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당시 로이터는 “이 발언이 정책 수정 가능성을 밝힌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연초에 노토 반도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로이터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적어도 4월까지는 기준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은 3월 봄철 임금 협상을 진행하는데, 그 결과를 확인한 뒤 중앙은행이 움직임에 나설 것이란 전망입니다. 증시가 워낙 활황을 보이다보니 일각에선 니케이 지수가 4만까지 갈거란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반대로, 미국의 금리 인하 여부에 따라 반대 급부로 엔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 증시가 현재 고점 수준에 있으며, 향후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다츠미천장, 즉 용띠와 뱀띠 해의 주식시장은 고점을 기록한다는 '통계에서 비롯된 격언'까지 있다고 하는데, 과연 올해도 통할까요? 국내에도 엔화나 일본 기업에 투자한 분들이 많으신 만큼 금리와 통화정책 추이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김채은 PD c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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