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마케팅으로 방한 관광 2000만 명 시대 연다
세계 스물다섯 도시에서 한국 관광 메가 로드쇼
잠재력 있는 열 나라에 홍보지점도 신설
지난해 방한 외국인 수는 약 1100만 명.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750만 명의 63% 수준이다. 미국(103.6%)과 싱가포르(141.4%), 호주(114.4%), 독일(109.9%), 프랑스(120.2%) 등의 방한 규모는 2019년보다 컸다. 반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33%)과 일본(70%), 동남아(77%)는 회복 속도가 더뎠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각 나라의 성장세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밀착 마케팅으로 반등을 꾀한다. 방한 관광 2000만 명 시대 개막과 시장 다변화를 목표로 올해 세계 각지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전 세계 스물다섯 도시에서 한국 관광을 알리는 '한국 관광 메가 로드쇼'를 개최하고, 잠재력이 있는 열 나라에 홍보지점을 신설한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방한 관광시장에서 개별여행객의 중요성이 커지는 형국"이라며 "지역·대상별로 구체적인 맞춤형 유치 전략을 수립해 승부수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한국 관광 메가 로드쇼는 잠재 방한객과 여행업계를 대상으로 한국문화·관광 체험과 관광상품 판매, 기업 간 상담회, 언론 홍보 등을 진행하는 대형 행사다. 지난해 도쿄 츠타야 서점과 뉴욕 록펠러센터, 방콕 아이콘시암, 상하이 환치우강 쇼핑몰,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등 열다섯 도시에서 충분한 가능성이 입증됐다. 올해 개최지역은 스물다섯 도시로 확대된다. 기존 홍보 도시에 파리, 애틀란타, 뉴델리, 울란바토르, 시드니, 마닐라 등이 추가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100만 명 방문과 사업 상담 1만2500건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보 방향은 도시마다 제각각 다르다. 도쿄와 후쿠오카, 오사카에선 남성과 중장년층을 잠재 방한객으로 규정한다. 남성 패션, e-스포츠 등 남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거 개설한다. 상하이와 광저우에선 한국의 최신 관광지와 차별화된 코스로 청년세대를 공략하고, 하노이에선 실감형 체험과 캠핑·미식으로 각각 한류 팬과 가족을 매료시킨다. 파리에선 유럽 최대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웨스트필드 포럼 데 알에 방한 관광 분위기를 조성하고, 올란바토르에선 한류를 선호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교육 여행을 홍보한다.
사전 준비는 스물두 나라 서른두 도시에 있는 관광공사 해외 지사가 맡는다. 방한 시장을 지역·연령·주제별로 세분화하고 맞춤형 밀착 마케팅을 설계한다. 뼈대는 이미 세워졌다. 문체부가 시장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했다. 일본과 중국은 '성숙시장'이다. 지난해 외래객 규모(약 571만5000명)는 가장 컸으나 아직 해외여행 심리를 온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문체부는 한류에 관심이 높은 2030 여성은 물론 남성층, 생활체육인 등 특수목적 여행객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친다. 아울러 방한 경험이 많고 근거리 항공편이 다양한 특성을 활용해 지역 방문을 촉진하고, 한국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온라인으로 홍보한다.
동남아시아는 '성장시장'이다. 코로나19 이전 성장세(2010~2019년 연평균 11.2%)와 코로나19 이후 회복률(81.1%)이 높기 때문이다. 집중 공략 대상은 가족과 한류 팬. 특히 전자는 2019년 주요 여섯 나라에서 차지한 비중(58.8%)이 절반을 넘었다. 문체부는 이에 착안해 아동·청소년·장년층 등 동반가족 유형별 체험 상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더불어 한류 콘텐츠 촬영지, 한국 음식 공장 견학 등을 주제로 방한 상품이 개발되도록 콘텐츠 기업과 여행사를 지원한다.
미주와 유럽은 '신흥시장'으로 묶였다. 지난해 외래객 규모(약 262만 명)는 크지 않았으나 장기 여행객이 많고 회복세(90.1%)가 가팔라서다. 주요 방한객은 교포·아시아계와 50대 이상 장년층. 문체부는 이에 맞게 K-컬처 관심층과 가족 단위 여행객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한다.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객은 체류 기간이 길고, 여러 도시를 함께 여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일본 등 인근 나라와 공동 관광상품을 기획·홍보하고, 템플 스테이·등산 등 체험 콘텐츠와 채식·휴가지 원격근무·아트페어 등 특정 층을 겨냥한 테마상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중동 지역은 '고부가 시장'이다. 지난해 외래객 규모(약 3만1000명)는 작았으나 회복률(88.1%)이 높고 체류 기간 또한 길었다. 1인당 지출액 역시 2559달러로 높은 편이었다. 문체부는 다음 달 발족하는 '알람 아라비 코리아(한국 내의 아랍 세계)'에 기대를 건다. 백화점, 호텔, 의료기관, 요식업 등 럭셔리 관광 기반 시설을 보유한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중동 방한 관광기업 협의체다. 중동 문화의 특성을 배려한 한국 관광 편의성을 높이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다.
문체부는 이 밖에도 관광공사 해외 지사는 없으나 항공편·배후인구·방한 성장세 등에서 방한 잠재력이 높은 열 나라에 현지 홍보대행사를 활용해 한국 관광 홍보지점을 세운다. 스웨덴,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다. 방한 시장 다변화를 위한 시장 정보 제공, 현지 교류 등 신시장 개척과 시장성 검증의 교두보 역할을 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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