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벤투 퇴장' UAE, '99위' 팔레스타인과 1-1 무…이란전 앞두고 '초비상'

나승우 기자 2024. 1. 19.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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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퇴장 당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가 팔레스타인과 비기면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행을 확정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UAE는 19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에 위치한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C조 2차전서 팔레스타인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4위인 UAE는 99위 팔레스타인을 잡고 16강 진출을 확정할 것으로 보였다. 2015년 3위, 2019년 4위 등 최근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UAE는 지난 14일 열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홍콩(150위)을 3-1로 완파하고 1승을 챙긴 상황이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아시안컵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이 없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는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이란에게 1-4로 대패를 당하며 실력 차를 절감해야 했다.

객관적 전력상 우위인 UAE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악의 결과로 끝났다. 패하진 않았지만 선수와 벤투 감독이 퇴장 당하며 최종전 이란전에 100%를 쏟을 수 없게 됐다.

이번 대회는 24개국이 참가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며 각 조 1, 2위가 16강에 진출한다. 3위 팀 중 상위 4개 팀이 추가로 진출해 녹아웃 스테이지에 돌입한다. UAE는 현재 1승1무, 승점 4로 1위에 오르긴 했지만 최종전 결과에 따라 3위까지 떨어질 수 있다. 승점 4점을 확보해 3위가 돼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그래도 안심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벤투 감독 없이 이란전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날 벤투 감독은 한국에서도 자주 사용했던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칼리드 에이사가 골문을 지켰고, 압둘라 이드리스, 바데르 압앨라지즈, 칼리파 알함마디, 칼리드 이브라힘이 수비를 구성했다. 압달라 라마단, 마지드 라시드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카이우, 알리 살레, 파비우가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은 술탄 아딜이 맡았다.

팔레스타인은 4-4-2로 맞섰다. 라미 하마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수비는 무사브 알바타트, 미셸 테르마니니, 모하메드 살레, 카밀로 살다나가 맡았다. 타메르 세얌, 오다이 카롭, 모하메드 바심, 마흐무드 아부 와르다가 중원에 배치됐다. 오데이 다바, 자이드 쿤바르가 최전방 투톱으로 출전했다.

예상대로 UAE의 우세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UAE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전반 9분 이드리스가 오버래핑 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왼발을 떠난 공은 옆그물을 때렸다.

전반 23분 UAE가 선제골을 뽑아내며 앞서나갔다. 최전방 공격수 아딜이 해결사로 나섰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넣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이 전반 34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다바가 박스 안에서 볼 경합 도중 유니폼을 잡혀 넘어졌다.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으나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반칙을 범한 수비수 알하마디가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UAE는 수적 열세에 빠졌다.

에이사 골키퍼가 키커로 나선 세얌의 페널티킥을 선방하긴 했으나 선수 한 명이 부족한 건 큰 타격이었다. 이전까지 움츠러들었던 팔레스타인이 오히려 UAE를 몰아붙이며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은 파비우를 빼고 수비수 칼리드 하셰미를 투입해 수비에 집중했다.

팔레스타인이 거세게 몰아친 가운데 잘 막아낸 UAE가 1골 차 리드를 지켜내며 전반전을 마쳤다.

그러나 UAE의 리드는 후반 5분 만에 꺠졌다. 어이 없는 자책골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팔레스타인의 크로스를 압앨라지즈가 머리로 걷어내려던 것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기세를 탄 팔레스타인이 계속해서 UAE를 몰아붙였다. UAE가 슈팅 5개에 그친 반면, 팔레스타인은 볼 점유율 65%를 가져감과 동시에 무려 24개나 되는 소나기 슈팅을 퍼부으며 UAR를 압박했다. UAE는 수비수들의 육탄방어와 골키퍼의 선방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UAE에게 또 한 장의 레드카드가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선수가 아닌 벤투 감독을 향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도 항의를 하다가 경고를 받았던 벤투 감독은 후반 추가시간에도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품고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나 항의하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한 벤투는 더 이상 벤치에 앉을 수 없었고, UAE는 남은 시간을 잘 버티며 1-1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UAE는 오는 24일 이란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일본, 한국, 호주와 함꼐 이번 대회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이란을 벤투 감독 없이 상대하게 됐다.

앞서 벤투 감독은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끌 당시에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가나의 경기에서 종료 휘슬이 불린 직후 앤서니 테일러 주심에게 달려가 격하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적이 있다. 대표팀은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을 벤투 감독 없이 치렀고, 김영권과 손흥민, 황희찬의 활약을 앞세워 2-1 역전승을 거두고 역대 2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월드컵 이후 대표팀과 게약이 종료된 벤투 감독은 지난해 7월 UAE 감독 부임 당시 "중요한 대회들을 앞두고 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11월에 시작한다. 내년 1월엔 아시안컵이 있다. 우리 열망은 너무나 크다"라면서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후 A매치 성적은 매우 뛰어났다. 이번 팔레스타인과의 경기 전까지 A매치 8연승을 내달렸다. 부임 후 첫 경기였던 북중미 강호 코스타리카와의 친선 경기에서는 무려 4골을 퍼부으며 4-1 대승을 거뒀다. 이어 쿠웨이트를 1-0, 레바논을 2-1로 꺾어 A매치 3연승을 기록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승승장구 했다. 네팔과의 첫 경기를 4-0으로 잡은 UAE는 바레인과의 경기도 2-0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5연승에 성공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키르기스스탄과 오만을 모두 1-0으로 물리쳐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착실히 나아갔다.

홍콩과의 첫 경기도 훌륭했다. 홍콩이 C조 최약체이긴 하지만 결과와 내용 모두 잡으면서 조 1위를 노렸다.

당시 UAE는 전반 32분 아딜의 페널티킥 골로 일찌감치 앞서갔다. 아딜이 슈팅하는 과정에서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 팔에 맞았다. VAR 판독 결과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아딜이 직접 성공해 선제골을 기록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홍콩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후반 3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카바르구의 크로스를 찬 시우콴이 수비 견제를 뚫고 발을 들이밀어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UAE는 2골을 더 넣어 멀리 달아났다. 후반 6분 이드리스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고 이어진 아딜의 슈팅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자예드가 세 번째 슈팅 끝에 골망을 흔들며 다시 리드를 가져왔다.

UAE는 후반 추가시간 1분 교체 투입된 아히아 알 가사니가 상대 박스 안에서 다시 태클을 당해 쓰러졌고 VAR 판독 결과 파울이 인정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아히아가 직접 득점에 성공하면서 세 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홍콩에 3-1 완승을 거두면서 이란과 함께 나란히 승점 3점을 기록하게 됐다. 팔레스타인을 4-0으로 완파한 이란에 골득실에 밀려 2위를 기록하긴 했으나 충분히 1위 경쟁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만약 UAE가 1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토너먼트 대진에 따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과 8강에서 맞붙을 수 있었다. 클린스만호도 무난한 조편성을 받아들어 조 1위가 유력했기 때문에 벤투 더비가 성사될 가능성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클린스만호 입장에서도 이란보다는 UAE가 더 부담이 적은 상대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벤투 감독이 퇴장 당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핵심 수비수까지 퇴장 당하면서 선발 명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UAE가 퇴장이라는 악재 속에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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