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은 와인 시장에도… 떠오르는 ‘스파클링’

구은모 2024. 1. 1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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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와인 수입액 1억달러
도수 낮고 탄산으로 부담 적어
취향 고급화 타고 소비 급증

"뽀얀 거품이 차오르는 걸 보고 있으면 하루 종일 쌓인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아요."

# 직장인 한준우 씨는 퇴근 후 저녁 식사 전이나 후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씩 마시는 일로 하루를 정리한다. 거품이 시원하게 잔 속에 차오르는 소리, 버블이 입 안을 간지럽히며 잘게 부서지는 기분 좋은 느낌이 그가 계속해서 스파클링 와인을 찾게 되는 이유다. 한 씨는 "상대적으로 도수가 높지도 않고 탄산도 있어서 술을 즐기지 않는 아내도 부담 없이 마시는 편"이라며 "샴페인은 아무래도 가격이 있다 보니 주말이나 좀 더 여유가 있을 때 마시는 편이고, 평일엔 보통 1~2만원대 카바나 프로세코를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급성장한 국내 와인시장이 소비심리 위축과 하이볼의 인기를 등에 업은 위스키의 약진에 밀려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스파클링 와인은 사상 처음으로 수입액 1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군분투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와 청량한 탄산으로 음용 부담이 적은데다 취향이 고급화하며 평균 구매단가가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1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액은 5억602만달러(약 6790억원)로 전년(5억8126만달러) 대비 1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입량은 감소 폭이 더 커서 7만1020t을 들여온 2022년보다 20.4% 줄어든 5만6542t을 기록했다. 와인 수입 규모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든 가운데 스파클링 와인만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스파클링 와인 수입액은 1억515만달러(약 1420억원)로 전년(9845만달러) 대비 6.8% 증가했다. 수입 규모가 4643만달러(약 620억원)였던 2020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수입국별로는 샴페인으로 대표되는 프랑스가 8412만달러(약 1130억원)로 전체 수입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와인 수입액 가운데 프랑스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프랑스산 스파클링 와인의 선호는 압도적인 수준이다. 스푸만테를 생산하는 이탈리아가 1129만달러로 2위, 카바의 생산국인 스페인이 492만달러로 3위를 기록했고, 미국(168만달러)과 호주(79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소비심리 위축과 소비 기호의 변화로 와인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스파클링 와인이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이유로는 낮은 진입장벽이 꼽힌다. 일반 스틸 와인과 달리 탄산이 들어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청량감이 강조된 스타일인 만큼 맥주와 탄산음료 등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음용할 수 있는 와인이다. 특히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스위트 스파클링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는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와 달콤함을 앞세워 입문용 와인으로 꼽히며 2010년대부터 국내 스파클링 와인 시장을 이끌어오고 있다.

국내 주류 소비자들의 취향이 고급화되고 있다는 점도 성장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스파클링 와인은 수입량은 6796t으로 수입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직전 해(8453t)보다 19.6% 줄었다. 이는 병당 단가가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전문가들은 와인 경험이 누적되고 취향이 섬세해질수록 복합적인 풍미를 지닌 고급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급 스파클링 와인의 대명사는 역시 샴페인으로 최근 프랑스산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도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전통 방식으로 생산된 와인만을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와인시장이 극적인 반등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는 스파클링 와인만큼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이 가볍게 술을 즐기는 최근 주류 음용 트렌드에 부합하는 데다 국내 와인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취향의 세분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면에서 고가와 중저가로 양분되는 경향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영FBC 관계자는 “샴페인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식돼 각종 기념일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포스팅 수요가 높은 아이템”이라며 “와인이 대중화되면서 특별한 날 함께 마시기 좋은 술로 샴페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양인터내셔날 관계자도 “샴페인의 인기가 매년 높아지고 있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출하량은 줄어들고 있어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프란치아꼬르타나 카바처럼 샴페인을 대체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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