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지 않는 박혜진 복귀…묵묵히 칼 갈고 있는 우리은행
김명석 2024. 1. 19. 06:31
“가장 아쉽죠. 그래도 무리는 안 시키려고 합니다.”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은 재활 중인 박혜진의 복귀 시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청주 KB 스타즈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고, 가용 인원마저 부족한 상황이지만 박혜진을 급하게 복귀시킬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위 감독은 “(박)혜진이는 지금 조깅 정도만 하는 몸 상태”라면서 “빠른 복귀를 위해 무리하면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근력이 올라온 뒤 그때 상황을 봐야 한다. 지금은 조심스럽다”고 했다.
우리은행 에이스인 박혜진은 부상 복귀 후 지난달 재차 부상을 당해 전열에서 또 이탈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복귀전을 치른 뒤 8경기를 소화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리다 복귀 한 달도 채 안 돼 무릎 내측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다시 전열에서 이탈한 박혜진도, 그의 복귀와 맞물려 경기력이 더 올라오던 우리은행에도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비시즌 때 운동을 못하다 팀에 합류한 뒤 페이스를 찾던 과정에서 갑자기 또 쉬게 됐다. 복귀 후 운동한 게 다 날아가 버린 거라 더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박혜진의 이탈은 우리은행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에이스의 부재로 인해 아무래도 경기력은 이전보다 떨어지는 게 불가피하고, 이 과정에서 김단비와 박지현 등 다른 핵심들의 체력적인 부담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가용 인원이 부족한 우리은행 입장에선 그의 공백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이 박혜진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는 건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보다 완전한 몸 상태로 복귀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마침 다른 선수들도 박혜진의 공백을 최대한 메우려 애쓰고 있고, 덕분에 어린 선수들의 성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B와 1경기 차 안팎의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역시 박혜진이 빠진 상황에서도 김단비·박지현을 주축으로 선수들이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18일 부천 하나원큐전에서 팀 내 최다인 16점을 책임진 나윤정의 활약에 위 감독이 "박혜진이 있었다면 출전 시간을 많이 못 줬을 수도 있다. 슛을 초반에 잘 넣어준 게 이상적이었다. 오늘 제 역할을 해준 게 승리로 이어졌다"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규리그가 반환점을 넘어선 가운데 '결정적인' 타이밍에 박혜진이 복귀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정규리그 우승 경쟁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르는 게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시즌 후반 박혜진이 완전한 몸 상태로 돌아오면 우리은행엔 그야말로 천군만마다. 사실상 KB와 우리은행의 양강 대결로 압축된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 우승 경쟁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이 묵묵히 칼을 갈고 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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