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韓드라마 단속 이때부터?…"10대 2명, 2002년 12년 노동형"
영국 BBC 방송은 18일(현지시간)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10대 소년 2명에게 공개적으로 12년 노동형을 선고하는 영상을 단독입수해 보도했다. BBC는 탈북민과 함께 일하는 한국의 샌드연구소(SAND·South And North Development)에서 영상을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2002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에는 수백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6세 소년 2명에게 수갑이 채워지는 장면이 담겼다. BBC는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이들에게 ‘깊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장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북한에서는 남한 영상물 시청이 금지돼있다. 단속도 엄격히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0일 데일리NK 재팬 보도에 따르면 북한 조선노동당은 새해 들어 ‘남한에 대한 환상을 가지면 죽음뿐’이라는 방침을 각지 당 간부에게 전하기도 했다. 한국의 체제·사상·문화 등을 선전하는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 모든 정보를 시청·유포하거나 은폐하면 이유를 불문하고 엄격히 처벌한다는 것이다.
BBC에 따르면 과거에는 법을 어긴 미성년자들은 감옥에 가지 않고 평균 5년 이하의 형량으로 노동교양소에 보냈다. 하지만 남한 오락물을 시청하거나 배포하면 사형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 지난 2020년에 제정됐다.
한 탈북민은 BBC에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걸리면 뇌물을 주고 가면 되는데,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는 총살을 당한다”며 “한국음악을 듣고, 한국영화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22세 남성이 총에 맞아 사망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20대 탈북민은 “북한에서는 남한이 훨씬 더 못사는 것으로 알지만, 남한 드라마를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이다. 북한 당국이 이를 경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경희 SAND 대표는 “북한은 K-드라마와 K-팝의 확산을 북한 이념에 대한 위험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2000년대 한국의 ‘햇볕정책’이 북한에 무조건적인 경제·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던 시절부터 북한 주민들은 남한 오락물을 맛보기 시작했다”며 “한국 정부는 햇볕정책이 2010년 북한에 어떠한 긍정적 변화도 초래하지 않았다면서 정책을 종료했지만, 한국 오락물은 중국을 통해 계속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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