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서울, 2018년 겨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8년 1월 눈 오는 어느 날.
그날따라 마음이 들떴는데, 눈이 소복하게 내려서만은 아니었다.
한창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에는 조금 과장해 전 국민이 코인 투자를 했다.
2018년 말 비트코인 가격은 400만원대로 고꾸라졌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눈 오는 어느 날. 저녁 약속이 있어 경복궁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날따라 마음이 들떴는데, 눈이 소복하게 내려서만은 아니었다.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충동적으로 투자를 결심했다. 내 친구가, 친구의 친구가 그렇게 돈을 벌었다고 했다. 하룻밤 새 수백~수천만원을 버는 건 딴 세상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 기회를 눈앞에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일확천금이 가능해 보였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도 확실한 투자라고 믿었다.
한창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에는 조금 과장해 전 국민이 코인 투자를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비트코인 가격이 2017년 11월 말 처음 1000만원을 넘겼을 때는 고개를 갸웃했다가 한 달도 안돼 2000만원을 넘기자 ‘이거다’ 싶었다. 수익률 100%의 투자 수단은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했다. 비트코인의 실체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흘러갔다.
말 그대로 ‘광풍’이었다. 코인은 여러 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거래소가 해킹당하고, 투자금 사기가 만연했다.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코인 좀비’가 도처에 있었다. 정부 대응도 엉망진창이었다. 법무부 장관이 거래소 폐쇄를 언급하자 2000만원선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1410만원까지 급락했다. 부랴부랴 수습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2000만원을 넘겼다.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 등 규제가 강화되고 거래소 해킹도 잇따르자 투자심리는 식기 시작했다. 2018년 말 비트코인 가격은 400만원대로 고꾸라졌다.
2024년 1월, 주변이 다시 들썩인다. 이미 비트코인 가격은 6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게 올랐다. 지난해 말 4000만원대에서 이제는 6000만원대를 넘보고 있다. 그런데 더 오른다고 한다. “1억원 간다”는 이야기들이 이제는 “2억원”으로 바뀌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한 데다가 반감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도 호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코인 시장은 그때도 지금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기만 하면 폭등할 것 같던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금융 당국은 국내 증권사를 통한 현물 ETF 거래를 금지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12월 정부가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신규 투자가 투기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 매입, 담보취득, 지분투자를 금지한다”고 밝힌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투기적 성격이 강하고 불법 거래에 활용되는 가상자산의 성격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가상자산 관련 규제를 마련한 국가는 119개국 중 62개국으로 절반을 넘겼다. 국내에서도 7월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다.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예치금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를 명문화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서도 당국의 대응이 소극적인 것은 아쉽다. 기정사실이었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부랴부랴 “검토하겠다”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낸 건 금융 당국이 지금까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2018년 겨울의 광풍이 재현되지 않으려면 당국이 6년간 고민한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6년 전과 똑같은 입장이어서는 안된다.
심희정 경제부 기자 simc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의자 묶어 집단 폭행한 ‘생일빵’… 직장인들의 최후
- ‘강제추행 혐의’ 유명 프로파일러 “자신 있으니 무죄 주장”
- “게임하듯 찔러”… ‘분당 흉기난동’ 최원종 사형 구형
- 尹에 “국정기조 바꿔야” 요구 진보당 의원, 행사장서 끌려나가 [포착]
- 3만5천원 칠리새우 시켰는데…“이런 칵테일새우 넣다니”
- ‘-30도 혹한’ 테슬라 얼었다…“절망의 현장” 된 시카고
- “좁게 살란 거예요?” 다자녀 가구 울린 신생아특례대출
- 국힘 김경율 “김건희 여사 ‘디올백’은 심각한 사건…사죄해야”
- “통일 폐기” 말한 북한, 한반도 그래픽도 바꿨다
- 영하 33도에도…1200일째 호수로 다이빙하는 美 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