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르면서 같은 공약… ‘여·야·정 저출생 협의체’ 만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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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나란히 저출생 대책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출산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자는 여당 대책에선 과연 속도감 있게 진행될까 하는 걱정이, 경제적 지원으로 출산을 유도하자는 야당 대책에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하는 우려가 앞서지만, 양당 공약은 "그래도 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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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나란히 저출생 대책을 총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우연히 겹친 일정에 모처럼 정책 대결이 펼쳐졌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대표가 직접 나서며 양당 모두 큰 무게를 실었다. 국민의힘은 순차적으로 발표할 저출생 대책 시리즈의 첫 카드로 일·가정 양립을 꺼내든 반면, 민주당은 결혼·출산·양육을 망라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구성은 저출생 문제를 바라보는 양당의 미묘한 시각 차이를 엿보게 했다.
여당은 ‘부모의 육아를 돕는다’에서 ‘부모의 일을 돕는다’로 정책의 시선을 넓히는 데 중점을 뒀다. 부모가 되면서 생기는 내 삶의 단절과 공백, 그에 따른 박탈감이 젊은 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큰 요인이라 봤고, 이날 발표한 정책도 일터를 바꾸는 데 집중됐다. 아빠 출산휴가 의무화, 육아기 유연근무 법제화, 육아휴직 업무대행 동료수당 신설, 가족 친화 중소기업 법인세 감면 등을 담았다.
야당은 출산 기피의 원인을 자산·소득 불평등에서 찾았다. 출산이 경제적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돼선 안 된다며 파격적인 출산 인센티브를 꺼냈다. 아이를 둘 낳으면 24평, 셋이면 33평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모든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대출해준 뒤 출생 자녀수에 따라 원리금을 차등 감면하고, 8~17세 자녀 1인당 월 20만원 양육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출산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자는 여당 대책에선 과연 속도감 있게 진행될까 하는 걱정이, 경제적 지원으로 출산을 유도하자는 야당 대책에선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까 하는 우려가 앞서지만, 양당 공약은 “그래도 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화를 바꾸는 지난함과 막대한 재원의 버거움을 무릅쓰자 할 만큼 두 당은 이 문제의 절박함을 공유하고 있었다. 실제 공약도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나란히 총괄 부처(여당은 ‘인구부’, 야당은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하자 했고, 육아휴직을 신청 즉시 개시토록 한다는 등의 세부 내용이 똑같은 대목도 적지 않다.
문제의식과 위기의식과 일부 정책수단까지 일치한다면 여야가 이 거대한 문제에 맞서 함께 일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당장 공통된 부분부터 입법 절차에 나설 수도 있고, 총선에서 여야 공동 공약을 도출해 사회적 논의를 앞당길 수도 있으며, 아예 여·야·정 저출생 협의체를 꾸려 입법과 행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컨트롤타워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앞에서 정책 대결을 넘어 정책 실현을 위한 정치가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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