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이라면 부처빵 만들지도 않았다” 안타까운 교계 목소리

신은정 2024. 1. 19.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북 경주의 석굴암 불상을 본떠 만들었다는 일명 ‘부처빵’이 불교 폄훼 논란이 일면서 비판의 방향이 난데없이 기독교를 향하고 있다. 부처빵을 담는 종이 쇼핑백에 성경 구절이 적혔기 때문이다. 논란 이후 부처빵 판매자는 ‘부처빵은 빵일 뿐 신이 아니다’는 뜻을 표현하려고 ‘사람이 만든 건 신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있는 성경 구절을 넣은 것이며 자신은 무교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중은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거두지 않았다. 경북 교계와 문화 사역 전문가는 기독교를 향한 오해가 안타깝다면서도 사회에 팽배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승학(안동교회 담임목사) 경북기독교총연합회장은 18일 “기독교인 사장이라면 애초 부처빵도 만들지도 그것을 가지고 장사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미국 유명 버거 체인인 인앤아웃이 음료 컵에 성경 구절을 쓰는 것이 기독교 사업가가 손님에게 신앙을 전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더욱이 타종교를 모욕하는 언행이 없는지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세상이 기독교를 평소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이번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세상과 대화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 교계 대표는 불교 폄훼 논란이 종교 갈등으로 비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원목(경주감리교회 담임목사) 경주시기독교총연합회장은 “판매자가 종교적 목적이 아닌 상업적 목적으로 그런 빵을 만들고, 성경 구절 역시 같은 맥락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불교와 마찬가지로 기독교 입장에서도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불상을 본떠 빵을 만든 것이 문제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며, 이를 종교 쟁점화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전했다.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적절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부처빵 판매자가 SNS을 통해 무교라고 밝혔지만, 설사 그가 기독교인이라도 그런 행동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소비자로서는 성경 구절로 충분히 오해할만한 소지가 있기에 불교계 반발은 이해가 간다”고 했다.

백 원장은 “부처님 얼굴을 소비화했다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이 기독교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진 것은 안타깝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대중들이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정서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라며 “교회 안에서는 충분히 통용되는 이야기라도 밖에서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감안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고 했다.

불교계에서는 이전부터 불상 모양의 빵이나 초콜릿을 두고 폄훼 논란은 있었다. 불교계 언론은 기사와 칼럼을 통해 ‘초콜릿붓다·부처빵은 엄연한 훼불이다’는 취지의 논조를 펼쳐왔다. 그런데 최근 경주의 한 판매자가 부처빵을 팔면서 종이 쇼핑백에 ‘ACTS 19:26’이란 문구를 넣은 것이 알려지면서 기독교를 향한 비난이 시작됐다. 해당 구절은 ‘이 바울이 에베소뿐 아니라 거의 전 아시아를 통하여 수많은 사람을 권유하여 말하되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것들은 신이 아니라 하니 이는 그대들도 보고 들은 것이라’이다. 온라인에서는 ‘기독교인인 상점 주인이 불교를 모욕하기 위해 성경 구절을 넣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후 부처빵 판매자는 인스타그램에서 “저는 무교인데 부처빵은 빵일 뿐 신이 아니란 뜻으로 구절을 넣은 것이지 숨은 비밀은 없다”며 “불교는 불교라서 못 먹겠다 하고 기독교는 기독교라서 못 먹겠다고 해서 사람이 만든 건 신이 아니란 성경 구절이 있길래 포인트로 넣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부처님을 모욕할 마음이 없다는 의미를 중점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는데 여러 가지 종교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점을 간과해 죄송하다”며 “구절은 삭제하고 판매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