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증거 없는 민주당의 ‘이재명 피습 음모론’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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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법, 펜, 칼로 죽이려 하지만…” 발언 논란
경찰은 범인 신상 공개까지 검토해 음모론 불식을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피습사건에 대해 거당적으로 음모론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음모론을 본격 점화한 건 이 대표 본인이다.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는 “(저를) 법으로도 죽여 보고, 펜으로도 죽여 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 하지만 절대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치 권력이 자신에 대한 테러를 사주했다는 뉘앙스다. 만약 이 대표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윤석열 정권이 즉각 문을 닫아야 할 충격적 범죄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특별한 주장엔 특별한 증거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그런 민감한 얘기를 하면서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펜으로도 죽여 보고’라는 말도 유감스럽다. 자신을 향한 언론의 비판은 정권의 입김에 불과하다는 게 이 대표의 언론관인가.
이뿐이 아니다. 민주당은 18일 이 대표 피습 당시 대테러종합상황실 공무원들이 부상 정도를 축소해 문자메시지를 배포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고발 내용을 보면 사건 발생 직후 소방 내부 1보 보고엔 ‘목 부위 1.5㎝ 열상’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후 대테러종합상황실이 배포한 문자엔 상처 부위가 ‘1.5㎝’에서 ‘1㎝’로 축소됐다는 것이다. 또 소방 1보의 ‘흉기’라는 표현이 상황실 문자에선 ‘과도’로 바뀌었고, ‘출혈량 적은 상태’ ‘경상 추정’ 등의 표현이 추가된 것은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려는 의도였다고 민주당은 주장한다. 상황실 문자가 진실과 얼마만큼 달랐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과연 이 정도의 내용이 공당이 “음모·공작”이라며 고발까지 할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또 정청래 최고위원은 “경찰이 물청소로 현장 핏자국을 지운 것은 증거 인멸 아니냐”는 주장도 했다. 범인이 현장에서 바로 잡혔고, 범행 도구와 영상·사진도 다수 확보했는데 경찰이 무슨 증거를 어떻게 인멸한다는 소리인가. 경찰에도 친야 성향이 수두룩한데 조직적으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면 이미 벌써 민주당에 제보가 들어갔을 것이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도 음모론에 너무 매달리면 역풍 맞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음모론에 집착하는 건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행 헬기 탑승 논란을 덮기 위해서란 관측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지금 음모론을 제기할 때가 아니라 정치 테러에 맞선 국민 화합의 메시지를 발표하는 게 정도다.
이참에 당국도 정치테러의 심각성을 감안해 범인 신상을 공개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바란다. 경찰은 신상 공개 규정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이유로 비공개했다고 하지만, 현 정부에 불리한 내용이 나올까 봐 몸을 사린다는 의심을 깨끗이 불식하기도 어렵다. 그럴 바엔 차라리 특별 절차라도 도입해 범인 신상과 범행 자료를 공개해 음모론을 해소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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