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국·임종석, 철저한 재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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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시절 불기소 3년 만에 검찰의 재수사
비서관은 1심 유죄…수석·실장은 정말 몰랐나
검찰이 2018년 문재인 정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재수사하기로 했다. 상급기관인 서울고검이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를 명령하면서다. 기존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했을 때 상급 검찰청이 다시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절차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중대하게 훼손한 사건이었던 만큼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 사건은 2018년 6·13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당 소속 송철호 후보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지난해 11월 1심 판결에서 송 전 시장과 황운하(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 의원은 징역 3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했다”며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관련 의혹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백 전 비서관의 윗선인 조국 전 수석과 임종석 전 실장은 2021년 4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석이나 실장의 지시 또는 승인 없이 비서관이 독단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었다. 당시에도 검찰이 두 사람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이들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지만 관련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선거 비리 수사를 이런 식으로 종결한 데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의 재수사 결정에 대한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의 반발은 실망스럽다. 임 전 실장은 “명백한 정치탄압”이란 말까지 썼다. 이전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고위 공직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잘못한 게 없다면 떳떳하게 재수사받고 혐의 없음을 밝히는 게 마땅한 일이다. 만일 새로운 증거가 드러난다면 재판을 통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수사와 재판 지연은 다른 사건에서도 문제지만 선거 비리 사건은 더욱 그렇다. 이번 사건의 발생에서 검찰의 기소까지는 2년가량 걸렸고, 기소부터 1심 판결까지는 다시 3년10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 송 전 시장은 4년 임기를 마쳤고,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은 이번 총선에서 출마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만일 검찰이 재수사를 통해 조 전 수석과 임 전 실장의 불기소 처분을 뒤집더라도 법정에서 유·무죄를 가리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최대한 신속한 사법 절차로 이번 사건의 수사를 철저하고 투명하게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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