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도 아파트 사려고 '팍스'…프랑스 커플 사이에 인기, 뭐길래
남녀가 결혼을 안 하고도 부부에 상응한 사회적 보호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시민연대협약(PACS·팍스)를 선택하는 프랑스인들이 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팍스를 맺은 커플은 2022년 한해 역대 최대치인 20만9827쌍에 달했다.
같은 해 결혼을 한 부부는 24만1710쌍으로, 팍스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프랑스 전역에 이동제한령이 발동된 2020년에는 사상 처음 팍스(17만여건)가 결혼(15만여건) 건수를 2만건 앞지르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인 남자친구와 팍스을 맺고 함께 살고 있다고 파리에 사는 마리옹(30·가명)을 연합뉴스가 소개했다. 마리옹은 남자친구의 비자 문제와 세제 혜택 때문에 팍스를 맺었다고 한다.
마리옹은 “팍스를 하면 단순 동거 커플보다 집주인이 더 신뢰하기 때문에 숙소를 구하기도 더 쉽고 집을 살 때도 은행 대출이 덜 까다롭다”고 말했다. 마리옹은 언니네 커플도 아파트를 사기 위해 팍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팍스는 1999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 의해 처음 도입됐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성별에 상관없이 성인인 두 사람이 공동의 삶을 꾸려가도록 만든 제도다. 결혼을 하지 않는 커플이 간단한 신고로 결혼한 부부처럼 부동산과 세금, 상속, 건강보험, 자녀 교육 등 사회적인 권리를 부여받는다.
마리옹은 “결혼한 커플은 헤어질 경우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하고 여기엔 돈도 상당히 든다”며 “하지만 팍스는 구청에 가서 계약을 끝낸다고 통지하면 그걸로 끝”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젊은 커플은 정식 결혼의 사전 단계로 팍스를 결정하기도 한다. 마리옹도 앞으로 몇 년간 돈을 더 모아 집 장만과 결혼식을 올릴 여유가 되면 지금의 남자친구와 결혼한다는 계획이다.
팍스는 혼외 출산율을 끌어올려 출산율 제고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팍스가 전통적 결혼 제도보다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보니 커플 간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있다. 단적인 예로, 일간 피가로에 따르면 2021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 기혼자의 80%가 결혼 날짜를 자연스럽게 말했지만, 팍스를 맺은 사람 가운데엔 40%만 계약 날짜를 즉각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가로는 “이는 커플들이 보다 유연하고 덜 형식적인 형태의 결합에 결혼보다 덜 신성한 지위를 부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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