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의 마켓 나우] 4680 놓치지 않아야 전기차 전쟁 이긴다
몽골 제국에서 미국까지 세계 지배는 어떤 한 가지에 달렸다. 전기차 시장 정복을 위한 회사와 제조국의 접전도 마찬가지다. 이차전지가 그 주인공이다. 전기차가 언제 내연기관차를 앞설까. 생각보다 빠른 2020년대 말, 2030년대 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기차 전쟁에선 4680이 키워드다.
“4680, 열심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4에서 들린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의 이 한마디에 이목이 쏠렸다. 우리나라 배터리 3사가 공히 ‘중대형 원통형 4680’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음이 최종 확인됐다.
4680은 몽골 병사의 마구(馬具)처럼 사소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전기차 시장 정복의 핵심이다. 4680은 지름 46㎜ 높이 80㎜ 규격의 중대형 원통형 이차전지다. 테슬라는 4680 개발 구상을 2020년 9월 22일 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 있는 공장에서 배터리의 세대교체 비전을 선포한 ‘테슬라 배터리 데이’에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당시 테슬라는 4680으로 생산성·비용의 혁신적인 향상을 추구할 계획이었으나, 업계 대다수의 초기 반응은 ‘불가능하다’였다. 보는 눈이 있는 전문가는 발표 당일 4680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4680의 선두 주자는 미국 테슬라와 일본 파나소닉이다. 거기에 중국의 CATL, BAK, EVE에너지, BYD 등이 수면 아래서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3사 모두 진지하게 움직이고 있다.
테슬라가 양산에 성공하니 일각에서는 후발 개발사의 4680 개발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4680 양산에 성공하려면 고출력 조건 하에서 열관리, 안전성, 사이클 특성 확보가 필요하다. 앞서가는 고난도 기술력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결국 기술력의 진검 승부는 중대형 원통형 이차전지의 양산 성공과 품질 관리로 가늠될 것이다. 실제 기술력은 없고 홍보만 잘된 일부 ‘과대포장형’ 회사들은 조기에 무너질 것이다.
테슬라·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이후 출시되는 전기차에 4680을 채택하는 추세다. 2025년 이후 본격화될 배터리 전쟁에서 중대형 파우치 혹은 중대형 각형 이차전지로 사업하던 배터리 제조사들은 진지한 접근으로 중대형 원통형인 4680을 추가하지 않고선 생로를 찾기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덧붙여 삼원계 4680에 이어 LFP 4680이 생로가 될 것이다.
우리 배터리 3사의 도약을 위해 2024년 한 해 동안 신실한 준비가 중요하다. 정부 또한 금전적·법적·제도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후세 사가들이 ‘그때 크게는 전기차, 작게는 4680에 국운이 걸렸다’고 기록할지 모를 일이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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