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멸종에 순응하기 보다는 가능성을 위해 살아야”

김진형 2024. 1. 19. 00: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멸종과 인종 청소와 해수면 상승의 시대에 순응하기보다 윌슨의 생명 사랑을 일상의 대화로 가져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20년 세상을 떠난 자연주의 작가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여정이 담겼다.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며, 우리 시대의 소로우로 꼽혀왔던 그의 책은 2022년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베스트 1위에 올랐고 그해 뉴욕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연주의 작가 유고 에세이
55년 간 80여 국가 환경 탐방
생명과 접촉하는 교감의 글쓰기
유년기 성폭력 피해 경험 치유
▲ 배리 로페즈 작가는 “생존 가능한 미래를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설계하려면 우리에게는 예술가들의 도발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권력을 쥐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멸종과 인종 청소와 해수면 상승의 시대에 순응하기보다 윌슨의 생명 사랑을 일상의 대화로 가져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절망 속에서 죽기보다 앞에 놓인 가능성을 위해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20년 세상을 떠난 자연주의 작가 배리 로페즈의 마지막 에세이 모음집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는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여정이 담겼다. 인간과 대지를 연결하며, 우리 시대의 소로우로 꼽혀왔던 그의 책은 2022년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베스트 1위에 올랐고 그해 뉴욕 타임스 최고의 책으로 선정됐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자연 현상을 온전하고 느리게 바라봤던 작가는 진정한 자연주의자였다.

책은 고통스러웠던 어린시절에 대한 담담한 회고록, 부서져 가는 세상에 보내는 간곡한 전언, 육지 동물과 해양 생물을 연구하기 위해 떠났던 탐험 후기, 지구상의 여러 특별한 장소를 찾아갔던 여행에 대한 추억 등 26편의 글이 실렸다. 55년간 80여개 나라를 여행하며 20권이 넘는 책을 펴낸 작가는 고집스럽게 공간을 찾아다녔다. 발로 땅을 딛고 심해에 몸을 담그고 눈구덩이를 파며 장소에 머무른다. 모든 일을 관찰하되 지적 분석을 유보한 상태로 주의를 기울이고, 인내하고, 귀담아 들었다. 인간과 대지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 또한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다.

▲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배리 로페즈

작가의 글은 서정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남극의 빙하와 북극의 산기슭을 오가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과 중국의 산봉우리를 걸었다. 자연 세계의 무엇을 어떻게 묘사하고 전해야 하는지, 지구에 가해진 파괴를 돌이키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으며 기후위기의 조짐을 선구적으로 파악했다.

비인간 존재로부터 사적 세계를 연결하는 시사점이 읽힌다. “대기와 수중을 위협적으로 떠다니는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구제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는 그의 문장은 원주민에게 가한 학살과 함께 개발 일변도의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인다. “무지한 자만이 곤충과 철새와 원양어류가 우리 곁을 떠나더라도 우리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알기 때문에 살아남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작가의 태도는 아직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자연을 사랑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1945년 미국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그는 어린시절 가족의 지인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적 학대를 당했다. 새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고도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침묵을 강요받은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한 뒤, 과거의 진상을 알아내는 일에 한동안 몰두했었으나 이후 타인에 대한 포용을 통해 트라우마를 회복한다. 어린 시절의 작가를 위로했던 것은 자연과의 접촉과 더불어 무심히 바라본 ‘하늘 한 조각’ 뿐이었다.

서문을 쓴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은 자연과 글을 대하는 로페즈의 태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는 마치 신에게 다가가는 사제처럼 사라져가는 진귀하고 머나먼 현상과 접촉하고 그것을 나누고자 노력했으며, 이 현상들과 나눈 교감을 작가로서 우리를 위한 교감이자 우리와 나누는 교감으로 옮기고자 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