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내리는데, 서울 전셋값 35주째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주간 조사 기준으로 35주 연속 상승했다. 반면 매맷값은 8주 연속 하락세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한 2017년 이후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매매와 전세 시장에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15일 기준)은 일주일 전보다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22일 조사(0.01%) 이후 계속 상승 중이다. 부동산원은 “주거 편의성이 높은 단지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계절적 영향으로 상승 폭은 다소 주춤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7번이나 올렸던 2022년부터 급락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실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에선 전셋값이 수억원씩 반등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5678가구) 전용면적 84㎡는 지난 8일 12억5000만원(8층)에 전세 계약을 했다. 지난해 2월 같은 동, 비슷한 층(7층)이 전세보증금 8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여 만에 4억원 넘게 반등했다.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역전세를 걱정하던 집주인이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2년 전보다 오히려 높은 가격에 새 계약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반면 매맷값은 주춤하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15일 기준)은 일주일 전보다 0.04%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27일(0.00%) 이후 8주 연속 하락이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일반적으로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한다. 실제 2017년 이후 매매와 전세 시장이 이런 동조 흐름을 보였다.
반대로 침체기에는 매맷값은 떨어지는데, 전셋값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전세의 경우 2년마다 새로운 계약을 맺는다. 이때 임대인은 집을 새로 살지, 기존처럼 전세로 살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금리 등 외부 요인으로 한쪽(매매)의 수요가 크게 줄면, 다른 한쪽(임대)으로 몰리기 때문에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년 전 5만4719건에서 35.9% 줄어든 3만5057건으로 집계됐다. 반면 매도 매물은 같은 기간 5만2090건에서 7만5990건으로 45.9% 늘었다. 상대적으로 전세 수요가 많은데, 매물이 부족하니 가격도 오르는 것이다.
향후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할 것이란 예측도 전셋값 상승을 부추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1107가구로 지난해(3만2879가구)의 33.8%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세 시장은 입주 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빌라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전세 사기의 영향도 있다. 비아파트 임대 수요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월세나 아파트로 전환된 결과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반적인 임대비용이 증가한 것도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장기적으로 전셋값 상승은 주춤하는 매맷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도 있다. 전세에 머물던 대기 수요가 다시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전세 시장이 금리에 좀 더 빠르게 반응하는데, 올해 하반기께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전세 시장에 선반영되고 있다”며 “향후 매맷값도 올라갈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의 예외 범위에 있는 전세대출(유주택자에 한함)에도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전세 사기와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따른 결정이지만, 최근 전셋값 상승세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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